[기획]전기차 성장세, 인플레이션에 꺾이나
전기차 성장세,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 감소로 꺾일 우려
‘카플레이션’ 심화 속 차 반도체 수급불안 해소될 전망도 공존
2022-06-21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 경기 침체 우려와 인플레이션 여파로 자동차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기차 성장세가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5월 소매판매 지표는 전월 대비 -0.3%를 기록했다. 올들어 처음으로 감소로 전환한 것이다.
대신증권은 이를 자동차·부품 판매 급감의 여파로 분석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5월 소매판매 지표가 급격히 악화한 건 자동차·부품 판매가 전월 대비 3.5%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5월 지표에선 고물가 부담에 따른 수요 위축이 점차 가시화됐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하반기로 갈수록 수요 둔화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미국 경제에 대해 ‘매우 나쁜 예감이 든다’며 회사 인력을 10%가량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테슬라는 글로벌 전기차 1위 업체다. 머스크의 해당 발언에 대해 시장 조사기관 라디오프리모바일 CEO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불황으로 인해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인플레이션 국면 속 차량 구매력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반도체난에 따른 공급감소 상황에서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출고난이 심화하면서 차량 계약을 이중 삼중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가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전기차는 제조 특성상 차 반도체 수급난과 원자잿값 상승에 내연기관차보다 더 큰 영향을 받으며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을 견인하고 있다. 전기차 고속 성장이 한풀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카플레이션의 대표 주자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압박,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합쳐져 올해만 네 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최근 테슬라 ‘모델X’는 기존 대비 최대 6000달러 상승한 12만990달러로 책정됐다. 인기 제품 중 하나인 ‘모델Y’도 3000달러 오른 6만5990달러에 달한다.
다만 반도체 수급 불안이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이란 전망도 공존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완화가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이미 누적된 신차 수요가 상당하다”면서 “고유가 시대이기 때문에 반도체 공급만 뒷받침된다면 전기차 성장은 지속적으로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