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소염제·아이유 진통제를 아시나요?
유한양행-손흥민·동아제약-혜리…톱스타 광고 효과 톡톡히 봐
의약품·모델 이미지 동일…제약사, 판매부진 모델 탓 돌리기도
제약업계, 오랜 경력으로 사생활 검증된 톱스타 선호
2022-06-22 이용 기자
[매일일보 이용 기자] 제약업계가 스타마케팅에 빠졌다. 특히 간판 의약품의 모델로 ‘톱스타’를 적극 발탁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경동제약, 동아제약, 삼진제약, 유한양행 등 전통 제약사들은 소비자의 오랜 신뢰를 쌓았던 ‘간판 의약품’의 모델로 이례적인 톱스타를 기용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9년 글로벌 축구 스타 ‘손흥민’을 창립자 유일한 박사의 첫 자체 개발 의약품 ‘안티푸라민’의 홍보 모델로 선정해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손흥민 선수의 탁월한 기량과 국가대표로서 보여주는 책임감이 국민대표 의약품으로 거듭난 안티푸라민과 매우 닮았다”고 말했다. ‘손흥민 파워’ 덕택에 지난해 안티푸라민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19% 증가한 244억원으로 늘었다.
동아제약은 아이돌그룹 걸스데이 출신 배우 ‘혜리’를 활용해 ‘판피린’의 국민 감기약 이미지를 더욱 단단히 구축한 상태다. 혜리의 인기에 힘입은 판피린은 10년 연속 감기약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하며 60년 넘게 국민 감기약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진제약은 국내외에서 대히트를 친 드라마 ‘도깨비’의 주연 배우 이동욱을 지난달 '게보린'의 전속모델로 선정했다. 경동제약은 진통제 ‘그날엔’의 뮤즈로 가수 ‘아이유’를 내세웠다.
제약업계는 신중하게 모델을 선정하는 업종 중 하나다. 연예인 이미지에 따라 제품 판매량이 일희일비할 수 있어서다.
K제약사 관계자는 “오래된 의약품의 홍보 모델은 보통 꾸준히 대중에게 노출되며 사생활이 검증된 톱스타가 우선된다”며 “오랜 세월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한 의약품이 홍보 모델 관련 이슈로 이미지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과거 일부 기업은 당시 대세였던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했다가 부정적 이슈로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유한양행의 계열사 유한건강생활은 여성건강케어 브랜드 뉴오리진 이너플로라의 광고 모델인 '서예지'가 지난해 남자친구 가스라이팅과 학력 위조 등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광고를 삭제한 바 있다.
삼진제약도 지난해 학교 폭력과 같은 걸그룹 멤버를 따돌렸다는 의혹에 휩싸인 아이돌 ‘이나은’이 출연했던 ‘게보린 소프트’의 광고 노출을 중단했다. 생리통 전용 해열진통소염제 게보린 소프트는 삼진제약이 41년 만에 선보였던 게보린 라인의 첫 브랜드 확장 의약품이다.
엔터테인먼트 D사 관계자 A씨는 “일부 커뮤니티에서 광고주의 홈페이지와 담당자 연락처를 알아내 공유하고, 불매운동까지 벌여져 결국 광고 중단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제약업계에는 가급적 ‘반짝’ 떠오른 스타를 기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생겼다. 모델의 인지도가 매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슈가 터져도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검증 자료가 있는 모델을 우선 기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연예인 L씨 매니저는 “일부 기업은 모델의 학창시절 생활기록부를 요구하거나 개인용 SNS 계정까지 검토하기도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