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청년에게 집 사라는 한국, 집 사지 말라는 미국
2023-06-23 매일일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한 달여 만인 지난 16일 사실상 새정부 5년의 경제기조나 다름없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됐다.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경제운용을 정부에서 민간·기업·시장 중심으로 전환하고, 민간 경제 활동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세 인하 등 세 부담 완화와 규제혁신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정부는 과도한 시장개입 대신 법에 따라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과거 보수정부의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과 질서는 세우자)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부동산 관련 청년 대책이다. 금융위원회가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의 일환으로 마련한 ‘가계대출 규제 정상화방안’에 따르면, 올해 3분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최대 80%까지 늘어나고, 대출한도는 6억 원으로 확대된다. 또 다음 달부터 연소득의 1.5~2배까지 신용대출이 가능해지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시 현재 소득이 낮은 청년층 등의 장래소득 반영 폭이 커져 대출한도가 늘어난다.
이 같은 정책들이 청년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하나다. 대출을 더 해줄 테니 집을 사라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정반대의 메시지가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미국시간 16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28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시장에 내다보는 올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는 3.25∼3.50%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한 이유는 더 설명할 것도 없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특히 이번 FOMC에서는 주택시장과 관련해 ‘주택 매매에 신중하라’는 경고도 나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라면, 특히 젊은 사람이라면 기존 계획을 다시 다듬으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주택 구매 시점에 대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낮아지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낮아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과 미국 모두 기준금리 인상, 그리고 주택담보대출금리 인상이 이뤄졌고,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국의 어른은 자국의 청년들에게 대출 더 해 줄 테니 집 사라고 부추기고, 반면 미국의 어른은 자국의 청년들에게 집 구매에 대한 생각을 ‘리셋’하라고 경고한다.
필자가 모든 기성세대를 대표할 수는 없지만 청년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앞으로 인플레이션, 기준금리 인상, 경제 성장률 하락 등 세계 경제, 한국 경제는 더욱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런데도 집 사라고 부추기는 어른들을 대신해 머리 숙여 사과한다.
어려워진다고 해서 우리 청년들에게 제발 부끄러운 짓은 하지 말자. 어른이면 어른답게 행동하고 말하고 결정하자. 청년에게 모범이 되고 도움이 되는 어른도 바라지도 않는다. 나쁜 어른만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