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5중고 악재에 대기업들 비상경영체제 검토 앞당겨

고비용 구조에 채산성 압박 위험수위…경기침체 우려 속 기존 투자 확대 계획 고심 삼성・SK・LG 등 대기업 경영전략회의 점령한 ‘위기경영’ 화두

2022-06-27     이재영 기자
대기업들이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물가, 금리, 환율에다 고유가, 최저임금 등의 비용 압박이 겹쳐 경영계가 비상경영체제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과 SK, 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전방위 비용 상승과 채산성 감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상황 대처에 유연한 조직 의사결정 체계와 고부가가치 기술 중심의 경영 역량을 제고할 것을 시급한 과제로 세웠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와 가전, 전자제품, 석유화학제품 등 대기업의 주요 수출 품목에서 비용 상승 부담이 가중되며 수익성이 줄어드는 위험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전장 부품과 전기차, 가전 부품 등의 소재로 쓰이는 석유화학제품(ABS) 마진은 연초보다 30% 이상 떨어졌으며 작년 고점과 비교하면 반토막 이상 줄어들었다. 이처럼 채산성이 줄어드는 국면에서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매출 성장이 둔화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주요 그룹들은 5개년 동안 신성장 사업 위주로 1000조원 이상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지만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침체 심화 우려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고수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최근 대기업이 개최하는 경영전략회의도 위기경영이 화두로 떠올랐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유럽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지난 20일 그룹 전자계열사 사장들을 긴급 회동해 글로벌 시장 현황과 전망, 사업 부문별 리스크를 점검했다. 지난 18일 입국장에서 이 부회장이 기술을 중시하고 우수인재를 확보하며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할 필요성을 강조한 다음 경영진을 긴급 소집한 회의였다. 삼성 사장단은 인플레이션, 공급망 충격, 전자제품 수요 급감 등 글로벌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는 한편 미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개발과 공급망 안전성 강화, 재정건전성 확보 등의 대책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에도 돌입해 해외사업과 전반적인 경영 시스템을 달라진 환경에 적합한 형태로 바꿀 것을 조율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확대경영회의에서 그룹이 대외 환경에 대응해 새로운 경영 방향을 설정할 것을 주문했다.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파이낸셜 스토리를 다시 구성하고 경영시스템도 재구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 등 불투명한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 가치와 직결되는 이른바 ‘SK 경영시스템 2.0’으로의 체질 개선을 당부한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현재 만들어 실행하고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는 기업 가치와는 연계가 부족하다며 파이낸셜 스토리를 재구성하고, 기업 가치 기반의 새로운 경영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 금리 인상 등 엄중한 국내외 경제 위기 상황에서 파이낸셜 스토리 등 경영 시스템 전반을 개선해야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위기 극복은 물론 기업 가치 제고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확대경영회의에서 SK그룹 CEO들은 경제 위기 상황 인식을 함께 하고 새로운 경영시스템 구축과 신사업 모색 방법론에 대해 외부 투자전문가, 학계 인사 등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지난 23일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비상경영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는 LG전자를 비롯해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의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이들은 원래 회의 주제였던 '고객 가치 강화'를 넘어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위기를 비롯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은 지난달 30일부터 계열사별 중장기 전략 방향을 점검하는 전략보고회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략보고회도 구광모 회장이 주재해 약 한달간 진행된다. 한편, 현대차도 내달 중 한국에서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열어 권역별 전략 및 글로벌 전체 전략을 점검해 위기 대응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