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제품… 방사능 영향에 매출 ‘곤두박질’

2014-09-15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김형석 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유출로 인한 ‘방사능 괴담’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산 수입 수산물은 물론 가공식품에 이르기까지 일본산 먹거리에 대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특히 추석을 목전에 앞두고 국내 수산물 시장의 위축을 우려한 정부는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소비자 안심시키기에 발 벗고 나섰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좌불안석인 형국이다.

추석 대목에도 일본 방사능 여파에 지역경제 ‘휘청’
정부 수산물 안전성 진화작업에도 시민 반응 ‘냉담’

방사능 공포…수산물 판매 ‘휘청’

일본 방사능 오염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 심리가 짙어지면서 국내산 수산물 수요도 줄었다.방사능 물질이 검출된 일본산 수산물이 일부 국내로 유통되면서 일본산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물론 일본과 가까운 우리나라 해역도 안심할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 국내 수산물의 매출도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롯데마트가 지난 8월 수산물 매출을 살펴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해 대표적인 인기 생선인 ‘고등어’와 ‘갈치’는 각각 30.6%, 11.8% 감소했다. 특히 ‘명태’는 전년보다 66.3% 급감해 큰 하락세를 보였다.롯데마트는 지난 2011년 3월 일본 원전 사고 당시 일본산 수산물 운영을 전면 중단해, 일본산 생태 대신 러시아산 동태를 운영하고 있다.이는 안전상의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소비되는 생태의 90%가 일본산이라는 점 때문에 불안 심리가 더욱 크게 작용한 것으로 회사는 분석했다.이처럼 일본 방사능 오염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고조됨에 따라, 국내산 수산물의 매출이 급감하며 유통업계들의 시름이 깊다.이마트도 일본 원전 여파로 비슷한 기간 수산물 수요가 줄어 일반 선어의 판매량이 약 22% 감소했다.백화점들도 추석을 앞두고 다양한 품목에서 명절 특수를 누리고 있는 반면, 방사능 유출 우려에 따른 이유로 수산물 판매량은 저조한 분위기이다.롯데백화점은 지난 2~9일 기준 추석 선물 세트로 선보인 수산물 매출이 9% 감소했고, 신세계 백화점도 굴비와 갈치 등 수산물의 판매량은 8% 줄었다.

일본산 가공식품·맥주도 ‘반토막’

일본에서 들여오는 가공식품과 유아용품의 판매량도 급격히 위축됐다.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일~12일 기준 일본산 이유식과 유아용 과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3% 떨어졌고, 일본산 스낵과 기저귀 판매량도 각각 8.9%, 19.8% 감소했다.롯데마트도 최근 3주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일본산 과자와 기저귀 판매량이 각각 2.9% ,27.7% 급감했다.방사능 공포에도 불구하고 상승세가 꺾이지 않던 일본맥주의 판매량에도 적신호가 켜졌다.GS25에서 판매하는 아사히맥주의 7~8월 월 매출은 2개월 연속 역신장을 기록, 9월도 11일까지 지난해 동기간 대비 매출이 2% 감소했다.또 다른 일본 맥주인 ‘산토리’도 8월(-6.3%)에 이어 이달에는 24.3% 까지 하락했다. 삿뽀로의 9월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동월 대비 21.6% 상승했지만 7월(53%)과 8월(32%)보다 증가세가 둔화돼 수입 캔맥주 매출에서 일본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6월 25%에서 20%로 곤두박질쳤다.반면 호가든·버드와이저·필스너·벡스 등 유럽을 포함한 다른 지역 수입맥주 판매는 증가하고 있다. 호가든의 7월부터 9월까지 월 매출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각각 48%, 75%, 82%의 신장률을 기록했다.CU에서도 전체 수입맥주에서 아사히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축소했다.CU에서 아사히맥주캔 대형과 중형이 지난 8월 전체 수입맥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6%, 3.7%였으나 9월 들어 각각 14.7%, 3.3%로 줄었다.세븐일레븐도 아사히맥주의 6월, 7월 판매량은 각각 지난해 동기대비 62%, 37% 증가했지만 8월에는 7.1%, 9월에는 -6.3%로 급격히 감소하는 등 9월 들어 전체 일본 맥주 신장률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수입맥주 중 일본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7월 44%에서 9월 27%로 감소했다.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도 일본산이라는 이유로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며 “최근 5년간 꺾이지 않던 일본 맥주의 매출 신장률 감소는 의외”라고 말했다.

정부, 수산물 안전성 입증 안간힘에도…

일본 방사능 공포의 여파로 지역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도 수산물 안정성 입증을 위한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여전히 미미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최근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50개 품목에서 전 품목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고, 여야 지도부도 최근 추석을 앞두고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해 일본 방사능 오염수 유출 이후 침체된 수산물 소비 촉진에 나선 바 있다.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방사능 안전관리 정책설명회를 열고 일본산은 물론 태평양과 국내 연근해에서 잡은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는 등 수입 수산물 전반에 대한 불안을 잠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 불구하고 시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당산동에서 조개구이 집을 운영하는 한 모씨(56세)는 “일본 방사능 때문에 매출이 작년보다 30% 가량 줄었다”며 “예전 같으면 2층까지 손님이 가득 찰 텐데, 지금은 한창 피크시간 때도 한산해 자리가 텅 비어 있다”고 토로했다.그는 “국내 수산물은 안전하다고 정부가 떠들어대도 장사하는 서민들은 당장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결국 말 뿐이지 근본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서민만 죽는 꼴 아니냐”고 덧붙였다.이날 영등포에서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은 서 모씨((31세)는 “방사능 불안감에 먹거리 하나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추석이 코앞이고 최소한 차례상에 올릴 음식은 장만해야 하니 둘러보러 왔다”며 “원산지 표시를 꼼꼼히 따져보고 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