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업을 통해 셀프브랜딩하는 시대 왔다

2023-06-29     서미영 인크루트앤코 대표
서미영
[매일일보] 최근 흥미로운 일본 외신 기사 하나를 접했다. 주제는 기업이 직원의 부업과 겸업을 얼마나 허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였다. 도쿄도에서 작년 4월에 공표한 도내 기업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2852곳의 기업 중 △전면 허용(6.3%) △조건적 일부 허용(28.6%)으로 약 35%가 직원의 부업, 겸업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업을 허용(해금)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소프트뱅크와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아사히맥주, 가루비, 라이온 등이다. 대기업 중심으로 사례가 퍼지고 있는 만큼 부업 허용 사례는 앞으로 더 늘 것으로 보인다. 기업문화의 보수성이 짙다고 알려진 일본에서 이처럼 사외 겸업과 부업을 허락하는 흐름의 이유는 무엇일까? 허용한 기업에 인정하는 이유를 물었는데 가장 많은 대답은 유연한 근로 방식을 통해 우수인력 채용(38.7%)이었다. 그다음은 이직률 감소 기대(37.8%)를 꼽았다.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하게 일본도 내부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직원의 퇴사를 막기 위해 사외 겸업과 투잡을 허용한다는 생각 자체가 신선하고 놀랍다. 하지만, 기업이 직원의 N잡을 허용한 데는 숨겨진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사회 경험이다. 기업들은 직원들이 사외 부업을 통해 다양한 경영 감각과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기를 바라고 있었다. 일부 기업에서는 부업 경험을 승진조건에 포함하거나 외부 인재를 영입할 때 다양한 부업 경험을 우대하는 채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인크루트의 휴먼클라우드 플랫폼 뉴워커에서 성인남녀 881명을 대상으로 긱 워커 경험률을 알아본 결과, 41.4%가 해봤다고 답했다. 이중에는 테스트‧리뷰가 가장 많았고 배달, 이벤트 스탭, 데이터 라벨링이 그다음이었다. 4차산업혁명과 코로나 시국 속에서 N잡의 가치를 인정받았으나 아직 경험 수준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유는 세컨잡을 성공의 기회이자 수단으로 생각하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용돈 및 생활비 보탬의 성격이 강하고 일을 본인 스스로 주도하기보다 지원한다는 이미지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매스컴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 배달, 통번역, 이벤트 스태프 등 우리에게 친숙한 것과 더불어 IT 프로그래밍, 영상‧사진, 통‧번역, 비즈니스컨설팅, 노무‧법무‧세무, SNS 마케팅 등 무궁무진함에도 범위를 한정시키고 가치를 낮추는 것은 편견이자 좋지 않은 생각이다. 본업 이외에 자신의 관심사,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부업이라면 도전해볼 것을 권한다. 단순히 생계를 위한 일 말고 이왕이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일이면 좋겠다. 수익창출은 물론이고 본인 스스로 가치와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에게도 이 부업을 적극 권장한다. 신입사원 채용 시 직무 경험을 제1순위로 확인하고 중고신입을 선호하는 기업이 많아진 만큼 대외활동과 인턴만으로 부족하다면 관련 경험을 쌓음과 더불어 셀프브랜딩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부업 시장 활성화와 인식 개선은 현재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국내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미스매칭의 주요 원인은 구인기업과 구직자 간 인식 차이가 크기 때문인데 기업 입장에서는 정규 사원으로 입사를 결정하기 전에 구직자를 고용계약 없이 검증해볼 수 있어서 좋고 구직자로서도 종속됨 없이 일이 필요할 때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긱 이코노미 시대에 부업을 단순 생계 목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생각할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한다. 직업 탐색의 폭이 훨씬 넓어질 것이다. 지금 셀프브랜딩이 필요하다면, 본인의 커리어 경쟁력을 보다 더 높이고 싶다면 재능과 관심사에 맞는 부업을 찾아서 꼭 경험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