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횡재세가 웬 말인가

2022-06-30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로 일했던 존 폰 노이만과 오스카 모르겐슈테른이 창안한 게임이론이 있다. 게임에서 이기려는 참가자라면 늘 다른 경쟁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전략을 고를지 예측하고 그에 대응할 방도를 찾아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상대가 어떤 전략을 선택하더라도 자기 이익이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게임이론은 게임상황에서 경쟁자의 행동을 분석해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선택하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을 찾기 위해 게임 참가자들이 각기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그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분석과 이론화하는 것이다. 게임에서는 일반적으로 참여자들이 모두 경쟁적으로 각자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행동해선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경쟁자도 다르게 나올 것이고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 나도 적절한 행동을 골라야 한다. 이 때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를 감안해 자신에게 가능한 여러 선택 중 한 가지를 고르는데 이는 곧 전략이 된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요즘 유류세를 낮추느니, 횡재세를 걷느니 말이 많은 석유시장에 대입해보자. 기름값이 오르고 내릴 것은 예측 가능하다. 지금 기름값이 높더라도 언제까지나 현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마찬가지로 기름값이 저렴할 때 다시 오를 것도 어찌보면 당연했다. 게임의 상대방이 산유국이라고 치면 우리는 매번 같은 전략에 알면서도 속는 꼴이다. 왜 계속 속는지를 따져보면 우리 측 게임의 주체가 국가가 아닌 민간 기업이기 때문이다. 정유사 입장에서 유가가 내려도, 올라도 사실 문제될 건 없다. 유가가 급변동하면 일시적으로 재고평가손실이나 이익이 생겨 실적 변수가 커지지만 그 상태가 일정기간 유지되면 특별한 대책은 필요하지 않다. 저렴한 유가가 유지되면 수요가 늘어 정제마진에 도움이 된다. 거꾸로 유가가 비싸면 수급전략이나 정제설비의 기술력, 시장 판매전략 등을 통해 이윤을 남길 수단이 많아진다. 물론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수요가 침체될 수 있지만 국가가 무너지지 않는 한 산업과 물류 등 고정수요는 담보된다. 차량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도 기름값이 비싸다고 회사를 관둘 수 없다. 정유사들은 산유국의 전략에 맞춰 필요한 대책을 나름 짜고 있다. 정제설비의 고도화가 그 중 하나다. 석유가 비싸면 더 싼 중질유를 분해해 석유제품으로 만들면 석유가 저렴할 때보다 더 큰 이윤을 남길 수 있다. 그런데 정제설비를 고도화한다고 국가의 기름값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이 석유시장 게임에 국가와 국민들은 시름하지만 게임판의 주체로 참가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물론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있지만 알뜰주유소 등 지엽적인 방편만 손에 들고 있어 게임판의 흐름을 바꾸진 못한다. 산유국과의 게임에서 이기려면 국민을 대표하는 플레이어가 게임판에 올라 국민을 위한 전략을 짜야한다. 그게 바로 소위 자원안보나 석유수급대책 등이다. 석유난에 대비해 비축유를 쌓는 등 여러 전략 수가 있는 듯 보이지만 우리는 매번 고유가에 시름하고 있다. 그러니 반시장적인 횡재세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일례로 정부는 동북아오일허브라는 국가적인 전략을 마련했으나 지금껏 실현되지 못했다. 국가를 위한 전략을 짜야 챗바퀴 돌 듯 게임에서 지는 작금의 난국이 극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