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복 위해 다시 뭉친 ‘대우맨’들

‘왕의 귀환’ 프로젝트 전격 가동

2010-09-04     권민경 기자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회원모집 한 달 만에 1천명 가까운 '대우가족' 뭉쳐
김 전 회장 넓어진 보폭 연구회와 관련 시각 높아  

옛 ‘대우맨’들의 모임인 ‘세계경영연구회’ 창립총회가 다음 달로 다가오면서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년 전 대우그룹 해체 이후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던 대우맨들이 지난 7월 21일 설립된 ‘세계경영연구회’에 속속 가입, 한 달 만에 1천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대우’라는 이름하에 모여들었다. 직원들의 친목도모와 연구 활동을 설립 취지로 삼은 세계경영연구회는 과거 대우출신 직원들의 명예를 높이고, 대우가 이룩한 성과를 보다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10월 19일 창립총회를 통해 구체적인 활동방향과 계획 등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재계 안팎에서는 세계경영연구회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재기를 돕는 데 일정부분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높다. 대우그룹의 구심점이자 세계경영의 장본인인 김 전 회장과 세계경영연구회가 무관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올 초부터 김 전 회장이 대외활동 보폭을 넓히는 것과 맞물려 대우맨들이 세계경영연구회를 중심으로 그룹과 김 전 회장의 명예회복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새어나오고 있다.

세계경영연구회에 참여하고 있는 대우맨들의 수는 지난 8월 말 현재 900명을 넘어 1천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우맨 결집 속도 10년 공백 무색케 해 

현재 2차 회원 모집 중에 있기 때문에 그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우그룹에 5년 이상 재직한 대리급의 직원부터 고위 임원까지 오직 ‘대우’에 대한 애사심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대우맨들이 이처럼 결집하고 이유는 뭘까. 세계경영연구회는 대우 출신 직원들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대우그룹의 경영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해 기업 발전에 일조하기 위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 세계경영연구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병주 전 대우 사장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우그룹이 펼쳐왔던 세계경영 전략을 재정리해 글로벌 경영 시대에 보탬이 되도록 기업들에 알리고, 또한 대우 사태도 재조명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며 “친목을 도모하는 한편, 국가 경쟁력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대우맨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김우중 전 회장의 재기와 연관이 있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추측을 내놓는다. 그도 그럴 것이 한동안 두문불출했던 김 전 회장이 올해 들어 활동 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월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조문을 위해 명동성당을 찾았고, 같은 달 대우 임직원 40여명과 서울의 한 중식당에서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이어 3월 20일 대우그룹창립 42주년 행사장에 전격 모습을 드러냈다. 그룹 해체 이후 창립 행사에 김 전 회장이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이었기에 이례적 행보에 관심이 집중됐다.김 전 회장은 당시 창립 행사장에서 임직원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1년 정도 몸을 추스른 뒤 자주 볼 수 있도록 하자”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관심이 쏠려 있는 재기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몸이 안 좋기 때문에 몸을 추스르고 있는 중”이라는 말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이 참석한 창립행사가 있은 지 3일 뒤인 23일에는 대우그룹 전 임원모임인 ‘대우인회’ 정기총회가 열렸는데, 이 두 행사에 앞서 이미 그룹 임원들끼리 세계경영연구회를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5월 대우인회 산하조직으로 세계경영연구회 설립 준비위원회가 결성됐고, 7월에는 준비사무국이 출범해 21일부터 회원 모집을 시작했다. 이처럼 시기적으로 김 전 회장이 부쩍 대외에 모습을 자주 비추기 시작한 것과 세계경영연구회를 중심으로 한 대우맨들의 결속이 맞물리면서 연구회가 김 전 회장의 재기와 관련된 장기 포석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물론 세계경영연구회 측은 이 같은 시각에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연구회 한 관계자는 “외부에서 자꾸만 김 전 회장과 우리를 엮으려고 하지만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김 전 회장이 가진 상징적 의미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만 김 전 회장은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다. 창립총회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장병주 위원장 또한 “현재로서 김 전 회장의 재기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으며 “기업가가 재기를 하려면 자금과 사람이 모여야 하지만 김 전 회장은 현재 두 가지를 동시에 모을 능력이 없는 상태이고 건강도 온전하지 않아 복귀라는 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이 창립 행사장에 모습을 보인 것 역시 “재기의 목적이 아니라, 단지 대우그룹 전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려고 온 것일 뿐 큰 뜻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회장은 물론 대우맨들도 한때 재계 2위의 대우그룹이 한국경제 발전에 이바지 한 부분에 대해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여건만 마련된다면 김 전 회장의 재기와 명예회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재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한편 세계경영연구회는 오는 10월 19일 창립총회 이후 활동방향과 운영방법 등 세부내용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매년 1월 신년인사회를 비롯해 3월 대우그룹 창립기념일 경 정기총회를 개최하며 가을에는 정기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10월 19일 창립총회 이후 활동방향 이목 집중

또 회원 친목을 다지는 정례 조찬 모임도 격월 단위로 시행할 계획이고, 상설 사무국을 설치해 회원 관리 및 지원과 동시에 세계경영과 관련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고 회원들과 공유할 방침이다.

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