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이어 경기침체 공포...최악 땐 스태그플레이션 늪
인플레로 경기하방 압력...빅스텝 단행시 압력 더 커져 고물가 상황 고착에 경기침체 덮치는게 최악 시나리오
[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인플레이션에 더해 경기침체 공포까지 세계경제를 짓누르면서 수출입 영향이 큰 한국경제 전망도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날 8월물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지난 5월 11일 이후 두 달 만에 배럴당 100달러 선 아래로 떨어져 99.50달러를 기록하는 등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에 확산된 결과다. 또 금속을 비롯한 주요 원자재와 곡물의 선물가격 역시 국제유가와 마찬가지로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대부분 하락하는 상황이다.
경기침체 우려는 지난 2월 하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와 곡물을 중심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치솟자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돌입,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진 결과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물가를 잡기 위해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 전 세계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이달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경기 하방 압력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한국경제를 짓누르는 고물가 상황 역시 경기에 상당한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크게 높아지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이는 거시경제 측면에서 소비감소, 투자축소 등을 야기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5.4%에서 6월 6.0%로, 한 달 만에 5%대에서 6%대로 껑충 뛰었고, 현재 추세라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7~8%대의 물가 상승률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기침체 공포로 인해 국제유가가 떨어질 경우 국내 물가 상승의 주원인 중 하나인 석유류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보이지만, 지연효과를 감안하면 당장의 물가 상승세가 바로 꺾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앞으로 1년의 물가 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는 점도 문제다. 한국은행의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5월(3.3%)보다 0.6%포인트나 오르며 2008년 관련 통계 작성이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처럼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을 경우 임금 인상 압력이 커지게 되고, 임금이 오르면 그 수준에 맞춰 물가도 따라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돼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의 늪에 빠지는 최악을 상황을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