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누리호와 열정페이

2022-07-07     매일일보
원동인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이제 자력으로 1t이 넘는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700㎞ 저궤도에 올릴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당시만 해도 외국에 나가 다른 나라의 발사체를 빌려 쓸 수밖에 없었던 한국 입장에서 이번 발사체 성공은 국민 모두가 가슴 뿌듯한 성취감을 맛볼 일임은 분명하다. 세계적인 소형 위성 개발 흐름을 타고 우주 발사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평가할 일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전수한 발사체 기술에 혁신을 더한 스페이스X가 시장을 선도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민간기업도 누리호 기술을 활용해 우주 발사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가 많다. 하지만 세상사 모든 일이 장밋빛만 가득할 수는 없다. 누리호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누리호 임무 성공 다음 날인 지난 22일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는 ‘항우연(항공우주연구원)의 불편한 진실’이란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카이스트(KAIST) 박사 졸업 기준 연봉 5200~5300(만 원)정도이고 성과급은 연구개발혁신법에 의거해 평균 17%다. 출연연 중 최하위 기준 아래에서 세 번째로 낮다”는 내용이 담겼다. 항우연은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빅3 연구소로 불린다. 그럼에도 초임 연봉이 이처럼 낮은 까닭은 정부가 연구원 업무를 일반 공공기관 사무직과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하는 기형적인 구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꼬집고 있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경쟁국가, 경쟁기업으로 전직하는 기술직들을 매도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과연 열정페이급의 대우만 하고 그런 비난을 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노력에 대한, 성과에 대한 제대로 된 대접을 충분히 한 이후에라야 그런 비난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90년대 국내 언론은 자체 발사체 기술 개발을 할 수 없게 만들었던 한미 미사일협정의 제약 같은 문제는 감춰두고 한국의 지리적 특성상 국내에서 발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변명을 했었다. 그러나 그 변명은 곧 이은 북한의 자체적인 위성 발사 성공으로 무색해지고 말았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불편한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90년대 말도 안 되는 지리적 특성을 운운하지 않았다면 누리호의 성공은 더 앞당겨지지 않았을까. 마찬가지로 말로만 과학기술 강국을 외치지 말고 과학자와 연구원을 제대로 대우해줘야 한국의 우주시장 진출도 빨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