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역대급 최악의 경제위기, 국가역량 집주 총력 대응을

2023-07-11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매일일보] 지난 6월 10일(현지 시각) 미국 노동부가 밝힌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동기 대비 8.6% 올랐다.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주목받는 것은 돌아오는 7월 13일(현지 시각) 발표되는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경기가 둔화하더라도 인플레이션(Inflation │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6일(현지 시각) 연준이 공개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7월 정례회의에서 50bp(1bp=0.01%p, 0.05%p) 또는 75bp(0.75%p) 금리 인상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6월 CPI는 전월보다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가 추산하는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연간 상승률은 8.8%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30일(현지 시각) 마감한 올 상반기 미국 뉴욕증시는 1970년 이후 52년 만에 최악의 상반기 성적을 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의 먹구름이 언제 걷힐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려로 그칠 것만 같았던 미국발(發)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뒷받침하듯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및 경기침체 가능성과 씨름하는 동안 증시 등 금융시장도 최악의 기록들을 양산하고 있다고 평가한 데 이어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선임 칼럼니스트 제임스 매킨토시(James Mackintosh)의 분석을 인용해 지난 7월 2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 “올해 상반기가 끔찍했지만, 하반기에는 더 나빠질 수 있다.”라면서 “투자자들이 물벼락을 맞을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로이터(Reuter)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현지 시각) 뉴욕 주식시장의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500대 기업의 주가를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3.45P(0.88%) 떨어진 3,785.38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올해 들어 상반기 6개월간 20.58% 하락한 것으로 1970년 이후 52년 만에 최대 반기 낙폭을 기록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253.88P(0.82%) 하락한 3만775.43에 마감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149.16P(1.33%) 내린 1만1028.74에 거래를 마쳤다. 반기 기준으로는 무려 29.51% 폭락했다. 공식적인 약세장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미국의 GDP 전망을 실시간으로 제시하는 애틀랜타 연은(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 예측 모델은 지난 7월 1일(현지 시각) 연준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기준 -1.6%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2.1%를 기록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예고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한 시기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경착륙을 수반하지 않는 통화 긴축이 더욱 어려워졌음을 나타내는 반증이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인 메타(Meta│페이스북)도 올해 신규 채용을 당초 계획보다 30% 줄이기로 하는 등 미국 고용 시장에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사실상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인 셈이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여전히 1980년대 초 수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투자 심리가 쪼그라들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했다. 월가(Wall 街) 예상치(6.4%)는 소폭 하회했지만, 여전히 1980년대 초 높은 수준의 고물가를 보이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4.7%나 올랐다. 또 이날 나온 제조업 지표는 부진했다. 공급관리협회(ISM)와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6월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6.0으로 시장 전망치(58.0)를 밑돌았다. 아직 50 이상을 유지하며 확장 국면을 유지했지만, 뚜렷한 하락세라는 평가다. 이 같은 경제 지표 부진 속에 채권 시장은 더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미국 모기지(부동산담보대출) 금리 등 각종 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미국 국채 가격은 10%가량 폭락했다. 일반적으로 채권 가격 하락은 금리 상승을 의미한다. 도이체방크는 연초 6개월간 10년물 미국 국채의 성적이 이 정도로 저조한 것은 18세기 후반 이후 처음이라고 짚었다. 이날 도이체방크는 투자자 90%가량이 2023년 말 이전에 미국이 경기침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응답자의 70% 이상은 S&P500지수가 3,300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국내 경제지표에도 진한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통계청이 지난 7월 5일 발표한 ‘2022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6%, 전년 동월 대비 6.0% 각각 상승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의 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여기에다 전기·도시가스 요금이 이달부터 인상되고, 국제 에너지·원자재 값의 고공행진도 멈추지 않아 고물가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도 7.4% 올라 서민 가계를 거세게 압박하면서 국민이 느끼는 고통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 7월 5일 밝힌 올해 1분기 ‘국민고통지수(Misery index)는 10.6으로 2015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Arthur Okun) 예일대 경제학교수가 고안한 국민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실업률을 더해 구하는데 물가가 급등하면서 7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7월 1일 발표한 “2022년6월 및 상반기 수출입 동향”을 보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증가한 3,503억 달러, 수입은 26.2% 늘어난 3,606억 달러인 것으로 나타나 올해 상반기 무역수지는 103억 달러(약 13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상ㆍ하반기를 통틀어도 한국이 사상 최대 무역적자에 시달리던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의 91억6,000만 달러 이후 25년 만의 현상이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전월 102.6보다 6.2P 하락한 96.4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2월 97.2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100보다 낮으면 소비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또한 고물가와 지정학적 위험 요인 등이 계속되면서 주요 기업 심리 지표도 하락했다. 제조업 업황에 대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은 82, 비제조업 업황 BSI 전망은 80으로 각각 전월보다 3P, 5P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환보유액이 6월 한 달 동안만 94억3,000만 달러나 급감하며 2008년 11월 이후 최대 폭으로 줄었다.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로 치솟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썼지만 외환보유액은 지난 반년 사이 248억 달러가 사라지며 보유 외환은 1년 7개월 전 수준인 4,382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아직은 세계 9위라지만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면 외화 실탄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우려가 크다. 또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4월에 이어 5월 26일 15년 만에 처음으로 두 차례나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여 1.75%로 인상했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올해 더 단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창용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가 2.5%까지 오르는 것은 합리적인 기대”라고 밝혀 앞으로도 금리 인상이 최소 두세 차례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 경제일 뿐만 아니라 기축통화국도 아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민간과 정부 부채를 합친 ‘매크로 레버리지(민간·정부 부채의 합)’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54%까지 확대되는 등 자본 유출 위험이 없는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급증하는 ‘매크로 레버리지’를 우리 스스로가 감내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가계와 기업이 짊어진 민간 부채 총량은 4,540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2배를 넘어섰다. 1,862조1,000억 원의 가계부채는 1년 새 7.80%나 늘어 2,0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909조6,000억 원의 자영업 대출은 연내 1,0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30 세대의 빚은 지난해 말 475조8,000억 원으로 2년 새 100조 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인해 부동산, 주식으로 자금이 쏠렸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차입금이 급증한 결과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 3위로 높고 기업부채 증가 속도는 세계 7위로 높은 수준이다. 가계와 기업의 줄도산이 확산하게 되면 한국경제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봉착할 우려가 매우 크고 심각하다. 경제 전망 또한 밝지 않다. 정부는 지난 6월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난해 12월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전망치 2.2%보다 2.5%P 대폭 상향 조정된 4.7%로 전망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4.8%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한국은행(3.1%→4.5%), 국제통화기금(IMF·3.1%→4.0%), 한국개발연구원(KDI·1.7%→4.2%) 등 주요 기관들도 올해 물가상승률을 줄줄이 올려잡았다. 또한, 대외 여건 악화로 성장 둔화를 예상하며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종전 전망치(3.1%)보다 0.5%P 내린 2.6%로 전망했는데, 주요 기관들이 제시한 전망치와 비교해보면 KDI(2.8%), OECD(2.7%), 한국은행(2.7%) 등보다는 낮고 IMF(2.5%), 한국경제연구원(2.5%) 등보다는 높다. 이렇듯 파국으로 치닫는 역대급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스태그플레이션(Stagnation │ 고물가 속 경기침체)'의 공포’는 현실이 되어 옥죄어 오고 있다. 생산(-0.7%)·소비(-0.2%)·투자(-7.5%)가 동시에 줄어드는 ‘트리플(Triple) 감소’와 고물가(6.0%)·고금리(1.75%), 고환율(1,300원)의 ‘트리플(Triple) 악재’가 위기 상황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국제 유가가 최근 들어서 하루 만에 8~9%씩 급락하며 두 달 만에 최저가로 내려갔다. 구리·알루미늄·철광석 등 산업 생산에 쓰이는 각종 원자재가격도 국제 금융시장에서 동반 급락했다. 인플레이션 속에 찾아온 경제 불황의 공포 탓이다. 세계 경제가 침체로 접어들어 석유와 산업용 금속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원자재가격을 끌어내린 것이다. 이렇듯 각종 원자재가격이 줄줄이 하락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원인이라면 처방과 대책을 달리해야 한다. 미국 국채의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를 추월하는 이례적인 일도 빚어졌다. 이러한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악화의 전조(预兆)로 이해되는 현상으로 결단코 반갑지만은 않다. 폭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선 긴축은 불가피한 처방이지만, 긴축은 경기침체를 불러오게 되는 진퇴양난의 카드일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규제 혁파를 비롯한 구조 개혁과 친시장 정책으로 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해 잠재성장률을 키워나가야 함은 물론 국가 전체의‘펀더멘털(Fundamental)’을 튼실하게 다져나가야 한다. 또한 외국인 이탈을 막기 위해 미국·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체결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도 부채 문제가 야기되지 않도록 실질성장률을 실질금리보다 더 높아야만 한다. 고물가에 엎친 데 덮친 격인 무역적자 만성화와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방위적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강구하고, 미국 등에 보조를 맞춰 금리를 올려 나가면서 기업의 활력을 제고시키는 한편, 경제 활성화 정책과 재정건전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지금은 파국으로 치닫는 최악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역량을 집주(集注)하여 총력 대응할 때다. 경제 당국은 관세를 포함한 탄력적 물가 조절 방안에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기업은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는 속도를 줄이고, 가계는 내핍과 고통을 인내하는 현명한 소비를 통해 고물가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특히, 고금리로 인한 취약계층을 위해 원금 분할 상환 기간을 연장하고, 매달 원리금 상환액이 지나치게 증가하는 것을 막아 빚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가계 부채 연착륙 대책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모든 경제 주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분담하고 양보와 협력으로 국가적 경제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