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객차에 유모차-휠체어 전용공간 설치 추진

교통취약계층 차별 없이 지하철 이용 하도록 ‘시설 개선’

2013-09-22     김태혁 기자

[매일일보 김태혁 기자] 서울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정아씨는 얼마 전 유모차를 끌고 지하철을 타며 겪었던 힘들었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역사에 도착한 김씨는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를 찾을 수 없었다. 도움을 청한 김씨에게 돌아온 것은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라는 대답뿐이었다. 결국 김씨는 둘째를 등에 업은 채 한 손에는 첫째를 남은 한 손에는 유모차와 짐가방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힘겹게 승강장에 도착한 그에게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낮 시간대였음에도 붐비는 지하철에 두 아이와 함께 오른 김씨는 곱지 않은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한 할아버지가 "유모차가 있으면 택시를 타거나 운전을 해야지, 돈도 없으면서 왜 애를 둘이나 낳았어"라며 무안을 줬다. 김씨는 목적지까지 갈 수 없었다. 밀려드는 서러움과 당혹스러움으로 중간에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말하는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은 유모차를 들고 지하철에 오른 그에게 너무나 먼 얘기였다. 김씨는 "아이를 가진 엄마에게는 '이동의 권리'가 허용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유모차는 사치가 아닌 아이와 엄마의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라고 호소했다.

서울시는 유모차와 휠체어 등 보조이동수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교통취약계층이 지하철을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 개선에 나선다고 21일 밝혔다.이번 사업은 '보도블록10계명' 등 보행권 확보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온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련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던 교통취약계층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시는 우선 열차 내에 유모차 전용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전거 전용칸과 같은 형태로 일부 공간을 할애해 유모차와 휠체어 등을 거치하도록 하는 형태가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다. 여기에는 고정핀 등도 설치될 전망이다.이와 함께 '노약자석'과 같은 안내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일반 시민의 배려를 이끌어 내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또 유모차 바퀴 등이 끼는 일이 없도록 발판 등의 안전시설을 확대 설치하는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하지만 이러한 시설들이 당장 설치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시로서는 공간을 할애하는 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공간의 실효성 등을 좀 더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측과의 협의 과정도 거쳐야 한다.

시 관계자는 "교통취약계층의 보행권과 이동권을 신장시킬 수 있는 사업인 만큼 하드웨어적인 부분과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다양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큰 예산이 들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르게 개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