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블록체인의 법 제도화가 필요한 이유
[매일일보 기고] 국내 코인 투자자들이 약 600만 명에 육박하면서 코인 시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최근 루나 폭락 사태로 인하여 코인 시장 전체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성을 믿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기획, 개발, 홍보, 운영하고 있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블록체인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믿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투자하고 있다.
본 글은 최근 블록체인 관련 법안이 나오는 시점에서 왜 이러한 블록체인 시장의 법 제도화 움직임이 블록체인 시장의 발전에 필수적인지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블록체인은 분산원장기슬(DLT: 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의 한 종류이다. 분산원장기술은 중앙원장기술과 반대로 중앙 서버 없이 분산화된 네트워크가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고 동기화하는 기술이다. 분산원장기술을 구현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블록체인은 효율성을 극대화한 방식이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성은 탈중앙성(Decentralization)이다. 거래 내용을 중앙원장이 아닌 분산원장에 기록하면 보안성과 효율성이 제고된다. 또한, 중앙화는 독점화로 변질할 위험성이 매우 크지만, 탈중앙화는 그러한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점에서 전 세계 사람들은 블록체인이 기존의 사회 구조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 믿는다.
현대 사회는 중앙관리자가 주도한다. 중앙관리자는 개인으로부터 신뢰와 위임을 받아 용역을 제공하고 개인은 이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한다. 만약 블록체인을 활용한 분산관리자가 중앙관리자보다 더 효율적인 용역을 제공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중앙관리자보다 분산관리자를 더 신뢰하게 될까?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중앙관리자를 신뢰하는 이유는 효율적인 용역을 제공해서가 아니라 그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특별한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그 장치는 법 제도이다. 법은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이다. 즉, 사람들이 중앙관리자를 신뢰하는 이유는 중앙관리자를 규율하는 법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사람들이 탈중앙성을 추구하는 블록체인을 신뢰하기 위해서는 법 제도화가 필요하다.
분명 블록체인은 기존의 금융, 부동산, 정보, 문화, 예술 분야에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블록체인은 인터넷과 같이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한 ‘신기술’이자 기존 사회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혁명’이다. 다만, 시장 참여자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 제도는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블록체인 시장이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불어난 만큼 투자자의 피해를 양산하고 자본시장 질서가 훼손될 수 있다.
불안정한 정치 및 경제 상황으로 인하여 전 세계적으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블록체인 시장을 규율하는 법안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어 불안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이 미비한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시장을 뒤흔들어 놓고는 그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유유히 빠져나가는 자들에게 블록체인 시장을 통째로 빼앗길 수 없다.
법이 있어야 더 투명하고 안전하게 블록체인 시장을 지킬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이 탈중앙화에 대하여 신뢰를 부여하고 블록체인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탈중앙화를 진정으로 이루고자 한다면 블록체인 시장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인 법 제도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