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尹정부가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2023-07-18 송병형 기자
지금은 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로 부상한 안철수 의원이 아직 국민의당 대표이던 시절이다. 2020년 4.15 총선에서 보수 참패의 여파가 한창일 때 안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 앞에서 “처음은 인기가 높아도 실력이 없다. 반대로 경험과 실력이 쌓이면 인기가 없어 정책을 추진할 힘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정치 여정을 되돌아본 뒤 나온 말이다. 정치 입문 이후 초반에는 실력이 없어 높은 인기를 뒷받침하지 못했고, 정치 경험이 쌓이며 실력이 늘어난 뒤에는 인기가 시들어 정작 정책을 추진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 의미로 읽혔다.
그렇다면 인기도 없는데 실력도 없으면 어찌하란 말인가. 지금의 윤석열 정부가 마주한 고민이다. 정부 출범 이후 불과 두 달여 만에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데드 크로스’는 물론이고 지지율 30%선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의 지지율 하락은 정치 행태에서 비롯된 영향이 크다. 고로 정치 초년생 대통령의 국정운영 경험이 쌓이다보면 노력으로 고쳐나갈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실력이다. 지지율이 회복된 뒤라도 국정운영 능력이 불신 받으면 답이 없게 된다.
역대 대통령 중 유례없는 임기말 40%대 콘크리트 지지율을 기록한 문재인 정부도 부동산 정책에서 무능의 극치를 보인 결과, 결국 단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취임 후) 대부분의 기간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고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됐다”며 “부동산만큼은 우리 정부에서 자신있다”고 했던 당시 대통령(2019년 11월 19일 국민과의 대화)의 호언장담은 지지층조차 설득하지 못했다.
산업화 세력의 후예임을 자부하는 보수 정권에서 무능은 더욱 큰 죄다. 특히 지금처럼 ‘50년만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목전에 닥쳤다고 하는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니 윤석열 정부의 미래는 실력으로 현재의 경제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데 달렸다고 해도 무방하다. 현재의 위기 자체가 외생변수에 의한 것이니 내부적인 뾰족수가 없다는 변명에 의존한다면 임기 초반 지지율 하락 국면을 반전시킬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마침 지난 주 한국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 0.5% 인상)을 단행한 직후 정부가 125조원 규모의 취약계층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빚을 내 생계를 이어온 소상공인·자영업자, 집값 폭등기에 빚을 내 집을 산 이른바 영끌족, 그리고 빚을 내 가상화폐나 주식에 투자해 온 이른바 빚투족을 위한 대책들이다.
정부는 선제적 대응이 중요한 금융 리스크 특성상 과감한 대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형평성 문제와 도덕적 해이 문제를 제기하는 부정론도 만만치 않다. 옥석 가리기 없는 무분별한 지원책은 정책 효과와는 별개로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 유능한 정부라면 정책 효과는 물론이고 이런 상대적 박탈감도 고려한 세심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
지금의 경제 위기는 내년 본격화된다고 한다. 이제야 위기 국면 초입이라는 이야기다. 갈 길이 멀다. 이제부터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