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반도체 라이벌 삼성-SK, 바이오서 2라운드 격돌

SK 위탁생산 체제 투자 강화하며 삼성과 사업 구조 비슷해져 국내 자산 1・2위 그룹,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 사업포트폴리오 겹치는 양상

2022-07-19     이재영 기자
SK그룹이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SK의 의약품 위탁생산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삼성과 바이오 신사업 구조가 비슷해지고 있다. 국내 자산순위 1·2위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반도체에 이어 제2 반도체로 부상하는 바이오 사업에서도 점점 겹치는 양상이다. 19일 각사에 따르면 SK의 의약품 위탁생산 통합법인 SK팜테코는 매출이 2019년 5554억원에서 9486억원으로 증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지난해 1조5680억원의 매출을 거둬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지만 위탁생산 부문 후발주자인 SK팜테코가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다. 그간 백신 및 신약 개발에 주력해온 SK와 의약품 개발 영역 중 바이오시밀러에 주력해온 삼성은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SK가 위탁생산 영역을 키우며 두 그룹의 접점이 커지고 있다. SK팜테코는 2017년 BMS의 아일랜드 위탁생산시설(CMO) 인수부터 미국의 위탁개발생산(CDMO)업체 앰팩 인수, 프랑스 이포스케시 인수, 미국 CBM 투자 등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워왔으며 최근 생산능력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아일랜드 더블린 소재 제약공장의 증설투자 3500만달러(약 460억원)를 결정한 데 이어 이달 3000만달러 추가 투자를 확정했다. 회사 측은 고객 주문량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해 추가 투자하기에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SK팜테코는 미국 증시 상장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세계 노령화로 인해 바이오의약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과거엔 기술 유출을 걱정해 자체 생산능력을 키웠던 글로벌 제약사들이 위탁생산 발주를 늘려가고 있다. 이에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국내외 대기업들도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분야에서 메모리 반도체 1위에 오른 것과 비슷한 성장 궤도를 밟고 있다. 이미 생산설비 기준 세계 1위 바이오 CMO기업으로서 현재까지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총 36만4000리터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이는 2021년 기준 글로벌 전체 CMO 생산능력(160만리터)의 23%에 해당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또한 4공장을 짓고 있는 중으로, 2023년 완공되면 25만6000리터 생산능력이 추가될 예정이다. 삼성과 SK 바이오 사업은 기업집단의 지배기업 수익성과 연결성이 높다는 공통점도 있다. 지배주주의 지분가치가 기업집단의 지배력과 상통하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오 사업이 지배력 강화를 위한 중책을 맡고 있는 셈이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이 4.4%에 불과해 연결 실적에서도 기타 특수관계자로 분류, 기타포괄손익에 지분가치만 반영하고 있다. 이에 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삼성물산 보유 주식은 43.44%로 특수관계인(삼성전자) 지분을 합쳐 75%를 확보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이 부족하고 금융 계열사를 통해 지배력을 보충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삼성물산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 전망도 줄곧 나왔다. 그 전망 중에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보유 지분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돼 지배구조 개편의 열쇠로 지목된다. SK 역시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스퀘어 등 각 에너지, 통신, 반도체 사업을 연결하는 중간지주회사에 대한 비지배지분율이 63.26%, 69.88%, 69.80%씩으로 높은 편이다. 특히 갈수록 사업이 비대해지는 SK하이닉스가 낮은 지분율 탓에 관계기업으로 분류돼 모회사에 지분법 이익만 반영되고 있다. 이에 비해 자회사인 SK팜테코를 비롯해 SK지주회사에 직결되는 바이오 관련 자회사들이 삼성과 마찬가지로 지배기업 성장성을 책임지는 지지대가 되고 있다. 한편, SK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국산화에 성공해 국내 바이오 산업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투자 연혁이 짧은 위탁생산 분야에 비해 백신과 신약 개발은 SK가 35년이나 뛰어든 사업이다. SK는 ‘신약 주권’ 확보를 위한 사업 철학을 고수하며 투자 실패의 위험성이 큰 의약품 개발 사업을 지속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