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집값·전월셋값에 갈 곳 잃은 청년들…‘탈서울행’·‘캥거루족 복귀’
월급 30% 이상 써야 주거 독립 가능…월세 평균 70만원 이상
역세권 청년주택 공공임대 높은 경쟁률에 ‘그림의 떡’
2023-07-20 김간언 기자
[매일일보 김간언 기자] 높은 집값과 전월셋값에 청년들의 주거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주거 독립을 포기하고 서울을 빠져나가거나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려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양상이다.
20일 매일일보가 서울 내 최소 단위 청년 주거 공간을 살펴본 결과, 월세 상승 등으로 인해 월급의 최소 30% 이상을 써야만 주거 독립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실과 샤워부스가 있는 원룸의 경우 월세(보증금 환산·관리비 포함)가 최소 평균 70만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중소기업 대졸 신입사원 평균 초봉이 2881만원(세전 기본급 기준)인데 실수령액을 월 220만원으로 봤을 때 월세를 내고나면 약 150만원이 남는다. 현재 물가상승과 내집마련 등 미래 설계 등을 고려할 때 월세가 독립한 청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와 오피스텔 월세지수가 2년간 단 1차례 하락 없이 지속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월세가격지수(40㎡이하)는 2020년 6월 98.5에서 2022년 6월 103.1까지, 오피스텔은 2020년 6월 97.62에서 2022년 6월 101.98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 6월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9~49세 성인의 약 30%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으며, 비혼인 경우 64.1%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 독립의 이유로는 결혼(36.4%)과 학교(28.0%), 직장(20.9%) 등이었다. 지방이나 수도권에 거주하다가 학교·직장과의 이동거리 때문에 주거 독립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자발적이기보다는 환경적인 요인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일산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직장인 이모씨(28세·여)는 “회사가 여의도에 있어 출퇴근에 1시간 30분 넘게 걸려 독립을 하려고 회사 근처 원룸과 오피스텔을 알아보다 최근 엄청나게 오른 월세때문에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역세권 청년주택 공공임대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공급이 많지 않은데다가 경제적 자격기준이 넓어, 청년들 사이에서는 ‘주거 로또’로 불리고 있다.
공공임대는 주변 시세의 30% 수준의 임대료만 지불하면 되기에 청년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청년 기준 공급유형 16㎡ 공공임대의 경우 평균 보증금 2000만원에 월 1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공공임대 청약경쟁율이 매차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2021년 ‘홍대 크리원’의 경우 전용 18㎡타입의 청년 경쟁률이 617.5대 1을 기록할 만큼 청년들에게 역세권 공공임대는 그림의 떡인 상황이다.
온라인 한 커뮤니티에서는 역세권 공공임대 자격요건 중 청년의 월평균 소득 기준을 좀 더 낮춰 월급에서 월세 비중이 높은 청년들에게 기회를 더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씨(27세·여)는 “청년 공공임대 주택에 살고 있어 월세 부담이 크지 않지만 최근 주변 월세 이야기를 들어보면 청년들이 월급만으로 주거 독립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