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수학자에게 입시수학 질문하는 우리

2022-07-21     매일일보
원동인
한국계 미국인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가 드디어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상은 우리 수학계의 쾌거다. 그런데 지금 우리 언론은 그가 국내에서 공부한 ‘토종’임을 강조하고, ‘수포자’였다고 소설을 쓰고 있다. 정작 본인은 늦깎이로 수학의 세계에 입문한 것은 맞지만 허 교수 본인은 수포자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지난 13일 서울 홍릉에 위치한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허준이 교수의 귀국 첫 기자회견에서기자들의 질문은 대부분 수학교육에 집중됐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공부가 벽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극복했나요? 대한민국 수학교육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일까요? 극히 예외적인 성취를 이룩한 세계적인 수학자에게 보편적인 수학교육에 대해 수포자와 입시수학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했다. 허 교수는 계속된 질문에 본인도 "초보아빠"이며 "수학교육에 관해서는 비전문가"여서 적절한 답을 드리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끼며 대신 '개인경험'을 예로 들며 간접적으로 답하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핵심을 찌르는 한 마디는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소중한 학창시절을 공부하는 데 사용하는 게 아니라 잘 평가받기 위해서 사용하는 데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사실 저는 수학교육 그 자체나 교육 과정의 세세한 부분에 있다기보다는 항상 경쟁에서 이겨야 되고 더 완벽하게 잘해야 되는 사회문화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서 학생들에게는 조급해 하지 말고, 스스로를 독촉하지 말고, 안 풀릴 때는 포기도 하면서 여유를 가지라고 충고했다.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세계적인 수학자에게 대한민국 입시수학 교육을 집중 질문 하는 보고 너무나도 불편했다. '수학'에 관한 뉴스는 모두 '입시수학'에 관한 것이고 국민 대부분이 중고교 시절의 수학 공부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고, '입시수학'이 수학 공부의 전부처럼 느껴지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런 우리의 수학은 '수포자'라 불리며 국립국어원 우리말 사전에 당당히 등재 되어 있다. 굳이 세계적인 수학자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우리는 우리의 문제를 알고 있다. 수학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 사회는, 우리 교육은 여기서 괴짜들,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성찰과 각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그가 연구하는 순수수학이 당장 실용적인 분야에 적용되지는 않을지라도 언젠가는 인류 문명의 도구로 구현될 것이고 그가 앞으로도 긴 시간에 걸쳐 이루어낼 학문적 성취와 그 과정에서 도달하게 될 인류 지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줄 것을 기대하며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