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공약 후퇴’ 朴대통령 리더십 ‘시험대’
수석비서관회의도 취소… 국민 설득 방안 고심
靑 역풍차단 안간힘... ‘현실적인 선택’ 강조할 듯
2014-09-23 고수정 기자
[매일일보 고수정 기자] 대북 강경대응, 세일즈 외교 등으로 지지율 고공행진을 달리던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공약이 ‘궤도수정’ 기로에 놓이자 깊은 고민에 빠졌다.세수부족 등 재정확보의 어려움에 봉착한 정부가 결국 기초연금을 비롯해 대선 당시 약속한 ‘박근혜 복지’의 핵심 요소들을 축소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정치권 안팎에서 반발과 저항의 조짐이 나오고 있어서다.봉급생활자들의 부담을 키운 세제개편안 파동 때와는 차원과 강도가 다른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른바 복지 어젠다는 박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경제민주화와 함께 선점했던 기둥 공약이었다기에 여당도 여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오는 26일 발표될 예정인 정부의 기초연금 최종안의 내용이 박 대통령 리더십의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단 청와대는 보건복지부 최종안의 발표를 두고 보자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복지축소를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이제는 “공약은 반드시 지킨다”고 거듭 피력해온 박 대통령이 “복지공약 후퇴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민주당의 공세에 어떻게 맞서며 대국민 설득에 나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양상이다.가장 논란이 예상되는 복지공약은 일찌감치 재원확보 논란이 불거졌던 기초연금 공약이다.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매월 지급한다는 게 애초의 공약이었는데, 오는 26일 보건복지부의 최종안 발표에서 후퇴 쪽으로 손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기초연금을 공약대로 실현하는데 새 정부 임기 동안 60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세수 부족을 겪는 상황에서 재원 확보가 불투명한 것이 후퇴의 가장 큰 원인이다.이 때문에 정부 최종안은 ‘내년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의 70%에만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경제적 형편을 고려해 최고 20만원 한도에서 차등지급’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기초연금 외에도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 공약도 후퇴가 불가피한 핵심 복지공약의 하나로 꼽힌다.‘박근혜표 복지’ 가운데 하나인 무상보육 문제도 재원 부담 문제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심각한 갈등을 빚는 것을 놓고 조정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부분이다.이뿐만 아니라 ‘반값등록금’이나 ‘고교 무상교육’ 등 교육분야 복지공약과 지방 SOC사업 등 정부의 재정이 충분해야 실현할 수 있는 공약들도 후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이처럼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 수정과 증세가 현실화하면 대선 당시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태도”라는 박 대통령의 대야(對野) 비판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이 경우 박 대통령도 대선 승리를 위해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空約)을 내세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면서 그간 쌓아온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공약 후퇴시 어떤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지가 관심이다.이러한 분위기 탓에 박 대통령은 23일 매주 월요일 오전에 주재하던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취소하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청와대로서는 국민의 실망감이나 민심이반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 ‘최선을 다했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부분을 진정성 있게 설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공약을 지키려 노력했지만 경제난에 따른 세수 부족으로 재원확보가 어렵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안을 고수할 경우 재정 적자가 불가피하고 결국 미래세대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충분히 알리면서 국민에게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는 것이다.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국민이 판단하기에는 미흡하다 하겠지만 여유가 있는 분보다 정말 어려운 분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을 알려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했다는 점으로 국민에게 이해를 구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