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깜짝실적에도 하반기 ‘위기경영’
가맹점 수수료 인하·코로나19 여파 속 ‘순이익 1조2000억원’ 달성
업계, “조달환경 악화·금리 물가 상승 따른 경기 침체 대비해야”
2023-07-31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주요 카드사들이 올해 상반기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1조2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 4월부터 거리두기가 완화하며 소비 심리가 다소 회복된 점과 물가가 크게 오른 것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 급등으로 조달환경이 악화하고 있고, 금리와 물가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도 있어 하반기 공격적인 영업보다 위기 경영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31일 여신업계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우리카드, KB국민카드, 하나카드 등 5대 카드사의 당기 순이익은 총 1조22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1조1654억원 대비해서 5.3% 늘어난 수준이다. 다음 달 실적발표가 예정해 있는 롯데카드와 현대카드는 이번 집계에 포함하지 않았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가 올 상반기 당기 순이익 4127억원을 거뒀고, 삼성카드와 우리카드도 각각 3159억원과 1340억원의 실적을 냈다. 반면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는 2457억원, 1187억원의 순이익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8%, 16.5% 감소했다. 이번 여신업계실적을 두고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해 5대 카드사의 상반기 순이익 규모는 지난 1월 금융당국이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내려 신용 판매 부분에서 수익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위축됐으나 지난 4월에 거리두기 조치 완화로 카드 사용이 급격히 늘면서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여기에 물가가 급등해 카드 사용액이 늘었다는 점도 일부 반영했다.
다만 하반기 카드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카드사들은 현재 금리 급등으로 인해 여전채를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신용등급 AA+ 신한·삼성·KB국민카드 등 3개사의 3년물 여전채 평균 금리는 연 4.302%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 여전채 AA+ 3년물 금리 연 2.677%보다 무려 1.625%포인트(p) 크게 오른 수준이다.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자 카드사들은 조달원을 다양화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올해 상반기 할부금융채권 등을 기초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3조8000억원이나 발행했다.
물가 상승세가 지속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물가가 오르더라도 소비 심리가 받쳐주면 실적 부담이 크지 않지만, 물가 상승이 지속할 경우 결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게 된다. 실제 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지난달 소비가 24년여 만에 4개월 연속 줄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5월보다 0.9% 감소했다. 소매판매가 4개월 연속 뒷걸음친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0월∼1998년 1월 이후 처음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5% 감소해 2020년 12월(-2.1%) 이후 18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보였다.
삼성카드 등 카드사들은 최근 경영전략 회의를 통해 하반기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상반기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소비 개선과 물가 상승 영향이 일부 반영하면서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면서도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결국 소비도 악화한다.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충당금 적립 요구도 거세지는 만큼 하반기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