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본격적인 여름휴가철로 접어들고 있다. 좋은 여행이란 떠나기 전엔 설렘이 있고 돌아와서는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반추할 수 있는 것이리라.
이번 여름휴가는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키면서 숨 가쁘게 달려온 자신을 돌아보는 농촌으로의 휴가는 어떨까. 농촌의 시간은 도시의 시간과 다르게 흐른다. 재촉하지도, 뭔가를 빨리 만들라고 성화를 부리지도 않는다.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 시구처럼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이다. 이렇듯 정겨운 농촌의 모습은 언제나 그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고 있다.
요즘에는 농촌 여행의 길잡이도 잘 되어 있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팜스테이 홈페이지나 정부의 '우리나라좋은마을 웰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농가 맛집, 캠핑 그리고 레포츠 장소 등 테마별로 다양한 농촌관광명소를 알려준다.
우리는 힘들고, 외로울 때 늘 고향을 생각하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 왔다. 또한 넉넉한 엄마의 품 같은 농촌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는다. 농촌은 말 그대로 힐링이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도 잠시 서서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뒤따라오는 영혼이 쫓아오지 못할까 봐서라고 한다.
우리도 넉넉한 농촌에서 더위를 이겨내면서 짧게나마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이것이 진정한 여행이자, 치유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 조사 내용을 보면 다행스럽게도 도시민들 대부분은 농업·농촌을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근간이며, 우리 생활 전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먹을거리 생산 외에 전통 보존, 휴식장소 제공 등 농업·농촌의 다원적·공익적 가치도 충분히 알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농업·농촌은 꼭 필요한 산업이며 공간이다.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생명창고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우리가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쉼터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농업을 새로운 개념의 블루오션으로, 농촌을 색다른 문화와 접목시켜 신개념의 삶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마음의 소중함을 얘기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야."
농촌이 그렇다. 잘 느껴지거나 보이지는 않지만 농촌은 사람들의 정서를 안정시키거나 대기정화 기능 등 수많은 유·무형의 가치를 갖고 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이 도시를 품고 있기에 사회가 평화롭게 상생하며 공존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농업·농촌이 맞닥뜨리고 있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농촌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그들과 호흡해 보는 시간을 통해 느림과 투박한 삶의 원형을 체득해 보았으면 한다.
비우고자 떠나는 농촌 여행은 도시의 긴장감을 이겨내는 데 필요한 많은 것들을 채워 줄 것이다.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꿔주는 것이다.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어르신들 지혜의 얘기도 듣고, 부에 대한 욕망도 삶에 대한 치열한 경쟁도 잊고, 잃어버린 그리움을 찾아 이번 여름휴가는 농촌으로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