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尹대통령의 취임 100일

2023-07-31     송병형 기자
송병형
2008년 2월 25일 취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우병 파동 속에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은 그해 6월 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 100일을 되돌아보면 오늘 본래 자축을 해야 하는 날이지만, 자성을 해야 할 점이 많다”며 “국민의 눈높이를 우리가 잘 몰랐던 점이 적지 않다”고 반성문을 냈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국민들이 걱정하고 다수의 국민이 원치 않는 한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들여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자신의 고집을 꺾고 국민 비판을 수용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어 6월 18일 대국민 사과성명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있어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철회했으며 청와대와 내각 개편도 약속했다. 대통령 취임 후 채 넉 달도 되지 않아 막 꾸린 청와대와 내각이 흔들리고 핵심 대선 공약까지 철회되는 초유의 사태였다.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직후만 해도 50%를 웃돌았다. 하지만 취임 100일 즈음 20%선이 붕괴됐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올 정도로 단기간에 지지율이 추락했다. ‘강부자’와 ‘고소영’이란 신조어를 낳은 편중 인사 논란, 영어몰입교육 논란 등으로 멀어지기 시작한 민심은 한미 소고기 졸속 협상 논란으로 갓 출범한 정권에 완전히 등을 돌리고 말았다. 여기에는 반대세력의 정치적 선동이 크게 작용했지만,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정부의 대응도 한 몫 한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도시 근로자들은 질 좋은 고기를 값싸게 먹게 된다. 싫으면 안 사 먹으면 된다”는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은 성난 민심에 불을 지르고 말았다. 2022년 5월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8월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취임 직후 한때 50%선을 넘겼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내리막길을 달려 취임 100일을 보름여 앞둔 현재 20%대 후반까지 내려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상태다. 사실 임기 초반 윤석열 정부의 고전은 예견된 일이었다.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다고 하지만 0.73%포인트 차 역대 최소 표차 승리에 그쳤고, 2020년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2024년 22대 총선까지 국회 권력을 장악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이 처한 위기 상황도 새정부에게 큰 부담이 됐다. 현재의 복합위기는 외부 악재가 해소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윤 대통령 취임 석 달도 되기 전 20%대 지지율은 정치지형 탓, 외부환경 탓만 하기에는 너무 낮은 수준이다. 특히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이 새정부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8월 첫째 주 여름휴가를 보내는 윤 대통령은 휴가에서 복귀하고 이틀 뒤면 취임 석 달을 맞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 취임 100일을 맞게 된다. 휴가에서 복귀한 윤 대통령은 “국민의 눈높이를 우리가 잘 몰랐던 점이 적지 않다”고 반성문을 쓸 것인가, 아니면 “전 정권 장관 중에서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냐” 또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인식에 머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