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 전도사들 연이어 불명예 퇴진
‘차명투자 의혹’ 강방천 에셋플러스운용 회장 사퇴 표명
2022-08-02 이채원 기자
[매일일보 이채원 기자] 동학개미운동을 주도했던 1세대 가치 투자자들이 줄줄이 불명예 퇴진하고 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차명투자 의혹으로 금감원 조사가 시작되자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지난 6월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도 차명투자 의혹으로 대표직에서 사임한 바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강 회장은 8월 열리는 임시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와 회장직을 모두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강 회장은 특별서신을 통해 “지난 23년간 에셋플러스에서 맡았던 제 소임을 다하고 떠나고자 한다”며 “그동안 꿈꿔왔던 끼 있는 투자자의 발굴과 교육, 유능한 펀드매니저의 양성 등 사회와 자본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곳에서 남은 열정을 쏟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근 강 회장은 차명 투자 의혹 등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진행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정기검사에서 강 회장의 자기매매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대상으로 한 수시검사에서 강 회장이 자기매매 정황을 포착한 뒤 현재 제재를 위한 조치안을 마련하고 있다. 강 회장은 대주주로 있는 업체 ‘원더플러스’에 본인 자금을 대여해준 뒤 법인 명의로 자산운용 한 ‘차명 투자’ 의혹을 받고 있다. 원더플러스의 2대주주로는 강 회장의 딸이 올라가 있다.
스타매니저였던 강 회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금융투자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강 회장은 외환위기 때 1억원으로 156억원을 번 주식의 대가로 알려졌으며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배우 유아인이 연기한 펀드매니저 윤정학의 모티브이기도 했다.
앞서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역시 금융당국으로부터 불법 투자 의혹을 받고 경영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지난 5월 존 리 전 대표는 자신의 아내가 주주로 있는 회사에 메리츠운용이 펀드 자금을 투자했다는 제보에 따라 금감원의 조사를 받게 됐다. 존 리 전 대표는 불법성이 없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존 리 전 대표는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세계 최초로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코리아펀드’ 신화의 주역으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동학개미 운동을 이끈 주역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