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물가상승률 못 미친 ‘기준 중위소득’, 취약계층 복지 그늘 없애길

2022-08-02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매일일보]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29일 제68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고 기초생활보장 및 그 밖의 각종 복지사업의 기준이 되는 2023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4인 가구 기준으로 올해 512만1,080원보다 5.47% 인상한 540만964원으로 결정했다. 수급자 가구 중 70% 이상 차지하는 1인 가구 기준으로는 올해 194만4,812원에서 내년에는 6.84% 인상한 207만7,892원으로, 2인 가구 기준으로는 올해 326만85원에서 내년에는 6.01% 인상한 345만6,155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고시하는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인 ‘기준 중위소득’은 생계·주거·의료·교육 급여 등 취약계층의 지원 대상·금액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기초생활보장 급여, 국가장학금, 청년 월세 지원 등 12개 부처 76개 복지사업의 수급자 선정 기준 등으로 활용하고 있는 복지 기준선인 셈이다. 물가상승과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놓인 취약계층에겐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으로, ‘기준 중위소득’이 오를수록 각종 복지제도 수혜 대상도 늘어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는 지난해 말 기준 236만 명인데, 내년도에는 ‘기준 중위소득’ 조정에 따라 약 9만1,000여 명이 추가로 혜택을 받게 된다. 추가 소요 재정은 연간 6,000억 원 이상으로 정부는 추계했다.

정부는 2023년 인상률이 2020년 기준 중위소득 산정방식 개편 이후 처음으로 원안대로 5.47% 인상된 점과 2015년 맞춤형 급여체계 전환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선정 기준을 최저생계비에서 중위소득으로 전환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로 재정 당국의 반대에도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우선 고려한 이번 인상률은 전향적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인상률만 보면 정부가 예상한 올해 물가상승률 4.7%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5.0%보다 높다. 하지만 최근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최고 수준 인상률이라는 데 만족할 때가 결단코 아니다. 

지난 7월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6.0% 오르면서 1998년 외환위기 후 약 24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렇듯 천정부지로 치솟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이번 달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라면 향후 더 올라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여기에 ‘기준 중위소득’은 여전히 통계청이 매년 표본조사를 통해 산출하는 중위값 즉 전(全) 국민을 100명이라고 가정 시 소득 규모 순 50번째 사람의 소득인 ‘중위소득’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 ‘기준 중위소득’과 통계청 가계금융복지(가금복) ‘중위소득’ 간 간극이 클수록 지원 대상이나 금액이 제대로 반영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복지정책 확대를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생계급여 수급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의 30%에서 35%로, 주거급여 기준은 46%에서 50%로 올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 과정에서 주거급여 기준을 47%로 올렸을 뿐 생계급여 기준은 손을 대지 않았다. 게다가 주거급여는 주거급여소위원회에서 결정한 48%보다 1%포인트 낮은 47%로 결정되었다는 점도 아쉬움을 더하는 대목으로 여전히 갈 길이 멀고, 정부가 추진하는 부자 감세정책과 팍팍해질 재정으로 약속을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취약계층의 복지 사각지대가 없도록 촘촘하고 두터운 사회복지망을 조속히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 실질적인 대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 

무엇보다도 어려움에 직면한 취약계층을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국가역량을 집주(集注)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오랫동안 빈곤과 싸워온 취약계층의 바람은 복지 그늘 자체를 없애달라는 것이지, 복지 그늘에 눈길을 달라는 게 아니다. 이번 ‘기준 중위소득’ 결정은 최악은 막았다고 하지만 제도의 취지를 되살리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 아닐 수 없다. 연이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가난한 이들의 죽음, 빈곤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현실에 맞는 ‘기준 중위소득’ 인상과 시민사회단체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제도 폐지, 재산공제기준 현실화 등 빈곤층 복지제도의 허점을 메우고 복지 그늘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되어야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