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전환 후 100일. 코로나19는 엔데믹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시 기승을 부린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이미 11만을 넘어섰다.
사회적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 4월 전문가들은 여름 휴가철 코로나19의 재유행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2년여만에 거리두기에 심신이 지친 이들은 전문가의 경고보다 모처럼 찾아온 자유를 만끽하고자하는 욕구가 컸다. 소비자들은 집밖으로 나섰고 여행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유령도시 같던 중심 상권은 모처럼 활력을 되찾았다. 딱 100일간의 행복은 그렇게 끝나는 듯했다.
정부는 확진자수가 다시 증가하자 중앙재난안전대칙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재유행을 적극 진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막상 회의를 통해 발표된 사항은 허무할 정도다.
무증상자의 코로나19 검사비용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윤 대통령은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찾아 곧 발표하겠다”고 답변했다. 사실상 아직까지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음을 재확인한 셈이다.
재유행 초기 중대본 회의를 통해 발표된 사항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50대 이상에게 4차 접종을 적극 권고하는 것 외에는 대부분 마스크 착용 등 자율방역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코로나19 확산에 정부가 방역대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확산 방지를 위한 정책을 내놓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문 정부의 방역 핵심은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이다. 소상공인의 피해라는 부작용을 낳았지만 초기 방역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반면 윤 정부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 대신 자율 방역을 택하고 4차 접종 적극 권고 대상을 50대로 연령대를 낮췄다. 어느 정부의 방역 정책이 나은 지에 대한 평가는 이번 재유행이 끝난 후로 미뤄야겠지만 두 정부의 색깔만큼이나 다른 방역정책임은 부인할 수 없다.
1일부터 시작된 50대 이상의 4차 접종은 지지부진하다. 코로나 변이에 기존 백신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발표 탓인지 전체의 28%만이 4차 접종을 받았다.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4차 접종을 여부를 두고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룬다. 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미 확진을 받았던 이들은 “4차 접종 효과가 있겠냐”며 소극적이고 아직까지 확진받지 않은 이들도 효과가 미미하다는 발표에 부작용을 감수하며 접종해야 할지 회의적이다.
정부는 윤 대통령을 비롯한 참모진이 가장 먼저 4차 접종을 하는 등 국민에게 4차 접종을 적극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 민심을 움직이긴 역부족인 모양이다. 4차 접종과 자율방역만으로는 현재의 재유행을 막을 수 없다. 과거 문 정부 시절 거리두기 완화와 재택 격리를 완화한 후 확진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문 정부처럼 ‘방역=통제’라는 공식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러나 ‘자율’에만 맡겨서는 확산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 대통령이 휴가를 떠났다. 휴가에서 돌아온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역 정책을 수립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