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미중 경색 심화…득실 커지는 한국경제

미국 대중 견제, 중국 기술 추격 공세 늦춰…한국 반도체・배터리에 도움 중국 제2사드 보복 위험 커져…대중 수출 감소 부추길 우려

2022-08-04     이재영 기자
미중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기점으로 미중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한국경제에 미칠 득실도 커지고 있다. 중국 반도체가 벌써 7나노에 진입한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 기술견제는 국내 반도체 산업으로서도 중국 추격 공세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미국의 대중 차별적 정책으로 국내 전기차와 배터리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대중 수출이 감소하고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속에 중국이 경제보복에 나설 리스크도 상존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램리서치가 미국정부로부터 대중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통제를 14나노공정까지 확대하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최근 밝혔다. 중국 파운드리 SMIC가 7나노대에 진입하고 중국정부가 미국 수출통제를 피해 28나노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소식들이 나오는 속에 이뤄진 미국의 추가 조치다. 중국의 굴기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도 위협이 되고 있어 미국 견제를 통해 추격 공세가 늦춰지는 효과는 국내 경제에 득이 된다. 펠로시 방문을 전후해 전쟁 발발 가능성과 그에 따른 생산 차질 등의 위험성을 중국정부에 경고한 TSMC의 반응은 반사적으로 파운드리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대체생산 가능성을 부각시켰다.

미국이 중국의 기술 패권 도전을 견제하기 위해 의회에서 통과시킨 520억달러 규모 ‘칩플러스액트’ 반도체 지원 법안은 TSMC와 삼성전자, 조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면담 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미 첫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밝힌 SK하이닉스 등이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비슷한 유형으로 미국은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하는 신규 법안도 처리할 예정이라, 관련 미국 내 생산법인을 보유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이 중국시장에서 보조금 차별을 받고 로컬 CATL과 경쟁하고 있는 와중에 CATL이 중국정부 눈치를 보며 대미 투자를 망설이는 복잡한 상황이 국내 업계에는 유리하게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대척점에 설수록 잃게 될 부분도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520억달러 지원법안의 경우 보조금을 받는 업체는 중국 투자를 못하도록하는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보조금을 받게 되면 중국 내 생산법인의 증설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의 칩4 동맹이 중국을 자극하며 한국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질 것도 걱정이다. 최근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지난 6월 전년 동월 대비 0.8% 감소했으며 7월 2.5%로 감소폭이 더 확대됐다. 대중 무역적자도 3개월째 지속됐다. 여기엔 중국 자급력 강화 속도가 높은 디스플레이나 석유화학 등의 수출감소폭이 커 구조적인 현상도 섞여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가 여기에 인위적인 압력을 더 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중 무역 의존도가 자연감소하고 있는 속에 중국의 제2 사드보복 같은 상황이 벌어져 수출 감소를 부추길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