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 배터리도 미중 갈등에 영향

美상원, 전기차 보조금 수정안 통과 예정 북미 배터리 생산거점 조건 새롭게 내걸어 中 악재… 북미 현지공장 증설하는 韓 호재

2022-08-04     이상래 기자
(왼쪽부터)재닛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이 미·중 갈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주도권 싸움에 힘을 주면서다. 미국의 중국의 배터리 고립 전략이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에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이 전기차 보조금 개편 내용이 담긴 수정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수정 법안에는 새로운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 대한 배터리 기준이 포함됐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제련한 원자재 비중이 40% 이상인 배터리이거나 북미에서 생산한 부품(소재) 비중이 50% 이상 배터리여야 한다. 둘 중에 하나만 충족되면 전기차 보조금이 지급된다.

특히 배터리 생산거점 조건이 중국 기업들엔 악재로, 우리나라 기업들엔 호재로 분석된다. 북미에서 생산한 부품(소재) 비중이 50%가 넘는다는 것은 중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은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하다. 미국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글로벌 점유율 1위 국가인 중국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북미 현지공장 건설에 힘쓰는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엔솔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생산역량의 아시아(59%), 유럽(34%) 비중이 북미(7%)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2025년까지 북미 시장 내 생산역량을 45%까지 끌어올려, 북미(45%) 아시아(35%) 유럽(20%) 등 고른 생산역량 체계를 갖춘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LG화학을 찾아 배터리 기술을 유심히 살펴봤다. 당시 옐런 장관은 “여러분과 같은 한미 양국 기업들이 노력해준 덕분에 양국이 굳건한 경제 동맹으로 성장했다”며 배터리 관련 민간 분야의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LG엔솔은 포드사의 인기 전기차 모델인 머스탱 마하-E와 전기 상용차인 이-트랜짓의 판매 확대에 따라 배터리 공급을 늘려 나가기로 했다.

SK온도 포드사와 10조2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미국 테네시주에 1개, 켄터키주에 2개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함께 미국 첫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합작법인 부지를 인디애나주 코코모시로 선정하고 25억 달러(한화 3조1550억원) 이상 투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