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이어 토스, 그 다음은?…줄 잇는 금융사 알뜰폰 진출

토스, ‘머천드코리아’ 100억원에 인수, 알뜰폰 진출 알뜰폰 업계 “중소 업체는 금융사 저가마케팅 못 이기고 고사할 것”

2023-08-04     조성준 기자
KB국민은행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서 금융사들의 알뜰폰 사업 진출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알뜰폰 시장의 지각변동이 시작된 가운데 그 효과와 부작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토스는 지난달 21일 알뜰폰 업체 ‘머천드코리아’의 지분 100%를 인수하고 본격적으로 알뜰폰 사업을 진행한다. 인수금액은 약 1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토스는 이번 인수를 바탕으로 토스앱에서 알뜰폰 가입 서비스를 내놓기로 했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주로 가입되는 알뜰폰의 특성에 더해 토스가 보유하고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금융권에서는 토스의 알뜰폰 사업 진출로 금융사들의 알뜰폰 진출이 러시를 이룰 것으로 관측하는 분위기다. 금산분리법 완화에 따른 규제 샌드박스의 혜택 속에 통신 소매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이 더 이상 오프라인 지점이 아닌 스마트폰 앱으로 주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뜰폰 사업을 경험하는 것은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 시중 금융사 중 알뜰폰 포문을 연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시행 이후 지정된 1호 혁신금융서비스로 ‘KB리브엠’을 선보였다. 리브엠은 출시한 지 불과 2년만에 약 3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고속 성장했다. KB국민은행은 리브엠을 토대로 통신과 금융을 결합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급여이체 실적이 있거나 청약 상품을 보유한 이용자들에게 리브엠 요금을 월 2200원씩 할인해주는 식이다. 금융에 통신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직접 진출은 아니지만 신한은행도 최근 KT망을 이용하는 KT엠모바일, 스카이라이프, 스테이지파이브, 세종텔레콤 등과 제휴요금제 12종을 출시하고, 신한은행의 모바일뱅킹 앱 ‘쏠(SOL)’에서 가입하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하나은행과 NH농협 역시 알뜰폰 사업에 눈길을 주고 있다. 하나은행은 SK텔링크와 손을 잡고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했고, 농협중앙회에서도 지난해 9월 모바일뱅크 ‘NH콕뱅크’ 전용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했다. 업계에서는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 러시의 주원인으로 통신상품과 금융상품을 결합하는 시너지 효과를 보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새 분야인 통신 소매업에서 경험을 쌓아 불가분의 관계로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ICT)와 금융의 노하우를 동시에 쌓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이점이다. 반면 알뜰폰 업계에서는 잇따른 금융사들의 알뜰폰 진출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미 KB리브엠의 저가 마케팅을 경험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거대자본을 배경으로 한 금융사들의 공세에 경쟁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시장 자본력을 바탕으로 도매대가 이하의 상품을 판매하는 등 손해를 보면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금융사들이 줄이어 알뜰폰 사업에 진출한다면 중소 알뜰폰 업계는 고사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