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동산 침체에 캐피털사 자금회수 ‘비상’

캐피털 25개사, 영업자산 내 부동산 비중 약 25% 차지 미분양 증가 등 부동산 시장 ‘급랭’ 따라 자금회수 리스크↑

2023-08-07     홍석경 기자
캐피털사들이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캐피털사의 부동산금융 자금 회수에 비상등이 켜졌다. 일부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에 힘입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포함한 부동산금융이 지난 5년간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기준금리 인상과 시공비 상승, 수요자 심리 위축 등 주요 변수들이 부정적으로 변하면서 어려운 시기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한국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캐피털 25개사의 부동산금융 규모는 총 36조4000억원으로 영업자산 내 약 25%를 차지했다. 이중 PF 비중은 약 14%이며, 브릿지여신을 포함한 부동산금융은 11%로 나타났다. 영업자산 내 비중은 여전업감독규정에서 제시하는 PF한도 30%를 감안하면 대체로 잘 관리되는 편이다. 우려되는 항목은 브릿지여신다. 브릿지여신은 개발 대상 토지를 매입하는 토지 매입자금으로 본PF보다 앞선 단계의 자금조달 방식이다. 매입자금 특성상 담보대출과 유사하나, 추후 개발사업의 사업성을 감안한 초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대출이 가능하다. 브릿지여신은 차주의 자체상환능력이 전무하다는 특성 때문에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분류되고 있어, 높은 리스크관리 수준을 요구한다. 일부 은행계 캐피털사에서는 올해부터 적용된 고LTV 브릿지여신의 PF 분류를 소급적용해, 기존 부동산담보로 분류하던 브릿지여신도 부동산PF로 편입했다. 그간 캐피털업계는 우호적인 분양 경기에 힘입어 부동산금융을 늘리며 양적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반면 할부금융과 리스업의 비중은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지난 2015년까지는 전체 자산 중 약 40%가 할부금융/리스자산이었으나, 2021년 말 약 33%로 줄었다. 신용등급 A급 이하 캐피털사의 경우 부동산금융만 하거나 부동산금융 비중이 절대적인 회사가 대부분이다. A급 이하 캐피탈사에서는 13개 업체 중 7개 업체가 영업자산 내 부동산금융 비중이 30%를 초과했다. A급에서는 메리츠캐피탈, 한국투자캐피탈, 오케이캐피탈, 키움캐피탈 등이 부동산 금융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메리츠캐피탈은 계열 내 부동산 금융 선호도가 높은 회사로, 계열공동투자를 통해 대규모 사업장을 다수 진행하고 있다. 다만 오토금융도 하고 있어 비교적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돼 있다. 속도 조절이 요구되는 캐피털사는 BBB급인 한국자산캐피탈과 DB캐피탈, 웰컴캐피탈 등이다. 이들은 영업자산의 적지 않은 부분을 부동산금융이 차지하고 있어 포트폴리오의 집중위험이 높다. 아울러 부동산 노출도가 높은 만큼, 인력구성 및 내부시스템도 대부분 부동산금융 기반이라 유연한 포트폴리오 전환이 어려울 수 있다. 일부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침체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여신업계에 대한 부동산 리스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국적인 미분양 현상은 이르지만, 대구지역의 경우 미분양 재고부담이 빠르게 현실화했다. 대구는 2021년 3월 말 미분양주택이 153호로 매우 적은 편이었으나, 2022년 5월 말 6816호로 크게 증가했다. 전국 미분양주택 내 대구 비중도 20년 말 1.5%에서 현재 24.9%까지 확대했다. 한신평 측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빠르게 침체되고 있는 분양경기를 감안할 때 부동산금융에 대한 사전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캐피털사는 다른 업권과 달리 고위험자산 편입에 대한 페널티가 없는 만큼, 위험가중치 부여, 한도 설정 등 관리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