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한지붕' 실적은 희비...상반기 손보사 웃고 생보사 눈물
금리상승 직격탄 맞은 '생보'...손해율 개선 덕 본 '손보'
보험연구원 “올해 보험업 성장 둔화…생보가 타격 커”
2023-08-07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올 상반기 보험업권 내 실적이 크게 엇갈렸다. 생보사는 금융변동성 확대 영향으로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지만, 손보사는 손해율 개선세에 힙입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전문가들도 올해 보험업계가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성장성이 둔화될 거라는 전망은 내놓으며, 특히 생보사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생보사 중 대부분이 실적 하락세를 기록했다.
우선 한화생명은 올해 상반기 개별기준 106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2058억원)대비 57.4% 감소한 것이다. 금융시장변동성 확대에 따른 영향이라는 것이 한화생명의 설명이다.
신한라이프도 지난해(3091억원)보다 10.2% 감소한 277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또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인해 변액보증준비금 137억원가량이 추가 적립된 데 따른 영향이다.
KB금융계열사인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도 지난해보다 감소한 실적을 거뒀다. 푸르덴셜생명은 올해 상반기 157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전년(1924억원)보다 18% 감소했다. KB생명의 경우 34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작년(110억원)보다 적자폭이 늘었다.
오는 12일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시장에선 보수적 전망이 많이 나온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2분기 예상 지배순이익은 2084억원으로, 대규모 즉시연금 충당 부채 적립이 있었던 지난해 2분기(766억원)보다는 증가하겠지만, 시장 컨센서스는 크게 하회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실적 부진 원인은 주식시장 악화와 금리 급등에 따른 약 1500억원의 변액보증준비금 적립 부담 발생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손보사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세에 힘입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빅5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의 평균 누적 손해율(가마감 기준)은 76.1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동기(78.28%)보다 2.14%p 개선된 것이다. 통상 업계에서는 적정손해율을 79~83%로 보고 있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메리츠화재가 74.1%(전년동기대비 1.7%p↓,)의 누적 손해율을 기록하며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어 ▲KB손보 75.9%(2.9%p↓) ▲삼성화재 76.3%(2.7%p↓) ▲DB손보 76.5%(1.7%p↓) ▲현대해상 78%(1.6%p↓) 순으로 낮았다.
이번 상반기 손해율 개선은 고유가와 코로나19 재확산이 주요했다. 유가 급등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자동차 운행량이 감소하고 사고건수가 줄며 손해율이 일부 개선된 것이다.
지난해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세에 힘입어 2017년 이후 4년 만에 생보사 실적을 앞지르는 등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이러한 개선세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것이다.
빅5 손보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KB손보의 경우 지난해(1429억원)보다 207.5% 상승한 439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반기만에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었다. 지난 4월 사옥 매각으로 인해 발생한 1570억원의 일회성 처분이익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이를 제외해도 지난해 상반기대비 97.6% 상승했다.
다만, 이러한 손해율 개선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지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난 6월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기름값이 안정세로 돌아섰고 이달 들어 휴가철 이동량 증가 등으로 사고건수도 다시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편 보험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2022년 수입보험료 수정 전망’ 보고서에서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금융 시장 혼란, 경기 침체 우려 등이 부각돼 보험산업을 둘러싼 경제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보험연구원은 이 같은 외부 요인에 따라 올해 국내 보험산업의 수입보험료가 저축, 투자형 상품의 실적 둔화 등으로 인해 지난해보다 1.2% 증가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올해 손해보험은 4.6% 성장하는 반면 생명보험은 1.9%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