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K게임과 NFT의 공생(共生)
2022-08-08 이채원 기자
게임업계가 가상자산 중 하나인 NFT(대체불가토큰)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NFT의 대표적인 속성 중 하나인 희소가치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마다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해 상호 교환이 불가능하고, 복사가 안 돼 가상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데 NFT가 유용하게 쓰인다.
게임 산업에선 유저들의 개성 강한 아이템이나 프로필 이미지 등을 ‘소유’하고자 하는 심리에서 착안해 직접 NFT 거래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유저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시간을 들여 게임 캐릭터나 아이템을 키워도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려웠지만, NFT를 활용한 서비스를 통해선 이에 대한 권리 일부가 이전된다. 유저들의 개성적인 정체성을 드러내기에 적합한 수단이 된 배경이다. PFP(프로필 사진) 구매가 그 예다. 게임사 입장에선 세계관을 입힌 브랜드 NFT 발행을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선 빠르게 P2E(Play to earn) 사업 모델로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NFT 거래도 덩달아 활발해졌다. P2E는 말 그대로 '놀면서 돈을 번다'는 개념인데, 게임 속에서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NFT 거래 수수료 등을 가상화폐로 지불해야 하는 탓에 맞물려서 동반 성장하고 있는 추세였다.
그러나 국내에선 사행성을 이유로 P2E 게임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P2E 게임에 대해 등급 자체를 부여하지 않고 등급 취소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즉, 합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게임사들은 국내 시장에선 가상화폐 채굴 등의 P2E를 빼고 NFT 거래 정도만 서비스하고 있다. P2E 게임 콘텐츠를 만들어놓고 정작 그 본고장에선 즐길 수 없는 아이러니컬한 풍경이 펼쳐진 이유다.
물론 최근의 가상화폐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로 고발된 테라·루나 사태로 투자자 보호 중요성이 고조된 분위기를 감안하면 P2E 게임에 대한 규제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작용을 이유로 규제 관련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래 먹거리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긴 어렵다. 미국은 이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직접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디지털 자산의 존재를 인정하고, 정부부처의 시장 안정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는 등의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세계 최대 NFT 거래소인 오픈씨(OpenSea)에선 지난해 말 기준 연간 거래대금이 190억 달러에 달했다. 월간 이용자 수는 약 55만 명, 점유율은 99%다. 오픈씨가 2017년 말 설립된 이후 약 4년 만에 이뤄낸 성장세다. NFT 데이터 분석 플랫폼 엔에프티고(NFTGO)에 따르면 NFT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기준으론 235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올 들어 NFT 가격 급락, 거래량 절벽 등이 나타나며 거품론이 확산된 와중에 기록한 수치다.
우리나라의 경우 NFT 시장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관련 데이터가 거의 전무하지만, 지난 6월 전세계 클레이튼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거래 규모가 가장 큰 NFT로 메타콩즈가 선정된 바 있다. 세계 최대 NFT 행사를 주관하는 NFT NYC 사무국과 오픈씨가 공동으로 주관한 ‘NFT 2022 어워드’에서다. 국내 NFT 거래량 1위인 메타콩즈의 PFP NFT가 한 때 4000만원 선을 넘나들 정도로 인기였던 점을 생각하면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다.
NFT 시장 자체가 태동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관련 제도조차 정비되진 않았지만, 투자자 보호라는 미명 아래 무조건적인 규제로 가로막을 시장은 아니라는 의미다. 자칫 게임 산업을 포함해 K-콘텐츠의 혁신성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P2E 게임의 역수출 현상을 반면교사(正面敎師) 삼을 필요가 있다. 국내 게임 산업에도 부디 해 뜰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