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반복되는 재건축 사업 파행…“근본적 해결책 고민해야 할 때”

2023-08-08     김간언 기자
김간언

[매일일보 김간언 기자]“유치권 행사 중으로 사전 허가 없이 무단출입을 금합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재건축 현장 주변은 민법 제32조 1항에 의거한 경고문으로 도배돼 있었다. 약 4개월 가까이 공사가 중단된 현장에는 경비원 등 최소 관리인원과 식사 배달원 이외에 드나드는 사람이 없었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내년 8월 입주예정일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이어야 할 현장은 각종 갈등과 파행 등으로 단군 이래 최악의 재건축 사업이 될 위기에 처했다. 최근 조합이 재구성되면서 공사 재개의 길은 열렸지만 분담금 증액과 상가문제, 대출 연장 등 넘어야 산이 아직도 많은 상황이다. 오는 11월 공사 재개가 되더라도 그간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실액이 1조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이 나오고 있는데다가 입주예정일이 1년 이상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입주만을 기다리고 있는 조합원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때문인지 조합과 시공단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둔촌주공 입주권의 호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네이버부동산에 따르면 주공저층 1·2단지와 주공고층 3·4단지 매물이 총 150건에 달하며 최근 들어 호가를 크게 낮춘 급매가 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황금알을 낳았을 재건축 사업이 조합이 일으킨 각종 문제로 인해 계륵이 돼 버린 것이다.  둔촌주공처럼 조합 내부 문제와 건설사와의 갈등 외에도 재건축 조합이 건설사에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도시정비 업계에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조합의 일방적 계약 해지가 올 들어 총 11건으로 집계됐으며 해지금액은 총 2조4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원 신반포한신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HJ중공업·태영건설 컨소시엄에게 시공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5년 전 가계약을 맺었지만 착공과 본계약을 앞두고 시세에 맞춘 공사비와 마감재 품질 수준을 협의하다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됐기 때문이다. 이 조합은 공사비가 늘어나야 한다면 대형건설사와 계약을 맺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방적 계약해지가 반복되면 재건축 조합이 가계약을 맺었더라도 다른 건설사와 협상을 이어가면서 추가 이익을 얻으려 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집값 하락과 공사비 증가 등으로 인해 건설사들이 신축보다 도시정비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들 간의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도시정비 업계 전반에서 둔촌주공 사태와 조합의 일방적 계약해지 등을 반면교사 삼아, 재건축 사업에서의 갈등을 줄이고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체계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각종 이권과 무책임한 계약 변경과 해지, 조합 운영의 불투명성, 횡령과 배임, 공사비·분양가 책정, 건설사의 과도한 수주 경쟁 등으로 인한 피해가 결국 조합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조합 내부 문제가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 만큼 조합 규약과 투명성 강화, 조합장 등 책임 확대, 문제 시 사법처리 연계 시스템 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조합원들도 당장 눈앞의 이익을 극대화하기보다는 문제를 줄이고 원만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큰 이익이라는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향후 도시정비 사업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이라도 근본적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