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막기로 버틴다” 카드 리볼빙 눈덩이

비씨카드 제외 7대 카드사서 매월 ‘6조원대’ 카드값 이월 가계 사정 악화에 상환 여력 줄어…일부 대출규제 영향도

2023-08-09     홍석경 기자
소비자들의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지난 ‘2002년 신용카드 사태’의 주범이던 카드사의 ‘결제성 리볼빙’ 규모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카드 이용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카드 대금 상환 여력이 줄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장 카드사에서 관련 연체율이 두드러지진 않는다. 그러나 리볼빙 이용 추세가 뚜렷한 만큼 연체율을 자극할 수도 있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비씨카드를 제외한 신한·KB국민·현대·삼성·우리·하나·롯데카드 등 7개 카드사가 보유한 결제성 리볼빙 잔액(리볼빙 약정 이용자)은 지난 3월 기준 14조982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13조478억원보다 14.82%(1조9344억원) 늘어난 규모다. 리볼빙 잔액은 2018년 3월 10조원대에 그쳤지만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9년 12조원을 돌파했고, 작년 말까지 14조원으로 불어났다. 카드사별로는 KB국민카드가 3조5433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카드도 3조1910억원으로 비슷했다. 이어 신한카드(2조3094억원), 삼성카드(2조2408억원), 롯데카드(1조8328억원), 우리카드(1조183억원), 하나카드(8562억원) 순으로 많았다. 실제 리볼빙을 통해 카드값을 미루는 이월 잔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전체 카드사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올해 3월 6조1700억원, 4월 6조2700억원, 5월 6조4200억원, 6월 6조5500억원 등으로 매월 6조원대 카드값이 이월되고 있다. 리볼빙은 소비자들의 카드 이용이 늘면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다만 경기침체와 대출 상환 등으로 인해 가계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카드 대금을 갚을 여력이 줄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기에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포함되면서 급전이 필요한 취약차주들이 카드론 대신 리볼빙을 이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연체율만 보면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다. 리볼빙 이용자가 가장 많은 KB국민카드의 연체율만 봐도 0.48%(올해 3월 기준)로 카드론(1.33%)보다도 낮다. 결제성 리볼빙을 이용하는 고객의 신용점수도 양호하다. 나이스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결제성 리볼빙을 이용하는 고객의 평균 신용점수는 738점이다. 이는 신용점수 500점~700점 사이의 카드론·현금서비스 이용자보다 높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결제성 리볼빙 서비스는 단기·한도대출의 성격을 가진다. 장기·일시대출인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에 비해 운용의 안정성이 낮고, 조달 측면에서도 부담이 크다. 전문가들은 결제성 리볼빙의 연체율 역시 실제 위험보다 과소 반영됐다고도 지적한다. 카드론 한도가 축소된 차주들의 결제성 리볼빙 이용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DSR 산출방식(1년 기준 원리금 상환액/연소득*100)을 고려하면 이들은 현재 소득 대비 대출 상환 부담이 전체 평균보다 높을 것이란 설명이다. 향후 결제성 리볼빙 서비스의 이용 규모가 증가하면서, 연체율도 다소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송기종 나이스신평 실장은 보고서를 통해 “아직은 결제성 리볼빙 자산의 규모가 늘었다고 해서 부실 위험을 판단하긴 이르다”면서도 “결제성 리볼빙 확대 추세는 초기 단계기 때문에 향후 취약차주의 유입, 포트폴리오의 변동, 신용판매 둔화 여부 등에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