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굴릴 곳 없네" 시중자금 부동화
6월 시중통화량 3709조…12조 늘어
금리 인상에 주식 팔고 예·적금으로
2023-08-11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시중에 풀린 돈이 석달 연속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더 오를 거로 보고 만기가 짧은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에 자금이 몰린 영향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커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을 매도해 예적금에 넣는 '역(逆) 머니무브'가 본격화되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6월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6월 시중 통화량은 광의통화(M2) 기준 3709조3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2조원(0.3%) 증가했다. 전월대비 증가폭은 지난달 29조8000억원( 0.8%) 증가한 것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8% 증가했다. 전월(9.3%)의 증가율 보다는 둔화했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금융 상품별로 보면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이 22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반면 시장금리 상승으로 MMF가 10조2000억원 줄었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2조7000억원)은 감소했다. 기준금리가 인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만기가 짧은 예·적금으로 자금이 옮겨갔다는 의미다.
정진우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팀장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MMF 수익률이 크게 감소하면서 여기에서 돈을 빼 기준금리가 더 오를 거로 보고 만기가 짧은 정기예적금으로 넣어둔 영향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던 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예·적금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들어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당분간 위험자산에서 빼내 예금으로 돌리는 등 '역 머니 무브'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 통화량은 시장금리 상승, 안전자산 선호현상 등으로 정기 예·적금을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14조7000억원(0.8%) 늘어난 1823조원을 기록했다. 기업은 2조원(-0.2%) 줄어든 1091조6000억원을 기록했고, 기타금융기관은 MMF를 중심으로 전월대비 16조9000억원(-2.8%) 감소한 585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기타부문은 정기예적금을 중심으로 6조4000억원(3.1%) 증가한 21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 차장은 "가계는 금리상승과 안전자산 선호 등이 지속되면서 정기 예·적금을 중심으로 증가한 반면 기타금융기관은 MMF를 중심으로 감소했다"며 "기타부문은 소상공인 손실보상 관련 집행자금 등이 지방자치단체에 유입되면서 정기예·적금을 중심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