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경기침체 공포 확산…외국인 귀환에도 주식 파는 개미

'사자' 돌아선 外人· 주가 반등에도 불확실성 여전해 본전 찾는 개미들...7월 이후 코스피서 '1.7조' 순매도 

2023-08-11     이광표 기자
11일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전 세계적인 긴축 대응과 경기침체 공포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동학개미들이 국내 증시에 실망하고 탈출을 시도 중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증시에 대거 들어와 국내 증시를 주도하며 주가 하락장까지 버텨왔다. 하지만 최근 '베어마켓 랠리(하락장에서의 상승세)'가 나오자 고점에 물려있던 주식들을 팔아치우며 손실폭을 줄이려는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7월 한달 간 증시 주변 자금은 4조원 넘게 감소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1조원 넘는 자금을 팔아치웠다. 지난달 국내 증시가 일부 회복세를 보였으나 개인투자자들은 탈출을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외국인들은 7월 한 달간 국내 증시에서 2조원이 넘는 순매수에 나서며 대조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증시 주변 자금은 164조8900억원으로 7월 초 대비 약 4조4000억원 감소했다. 증시 주변 자금은 증시로 곧바로 유입될 수 있는 자금이다. 여기에는 투자자 예탁금, 파생상품거래 예수금, 환매조건부채권(RP), 위탁매매 미수금, 신용거래융자 잔고, 신용 대주 잔고가 포함된다. 지난 1월 증시 자금은 200조47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었다. 현재까지 36조원가량의 주변 자금이 빠져나간 것은 올해 초부터 국내 증시가 약세를 거듭한 탓으로 분석된다. 최근 코스피, 코스닥지수 모두 반등하고 있지만 올해 초 기준으로 살펴보면 여전히 낮은 상태다. 기준금리가 인상돼 빚투가 어려워졌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여부도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 또한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부담 요인이다. 10일 원·달러 환율은 1310.4원에 거래를 마치며 ‘강달러’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반등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개인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11일에도 코스피는 전일 대비 1.73% 오른 2523.78에 마감했지만 개인은 5069억원을 순매도 하며 매도세를 이어갔다. 코스피는 지난달 4일 저점(2276)과 비교해 11% 가까이 올랐지만, 이 기간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99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주식시장을 떠받쳤던 개인들이 떠나면서 거래대금도 반토막 났다.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은 9조원대에 머물렀다. 1년 전 20조원까지 치솟았던 거래량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주식의 ‘손바뀜’을 보여주는 상장주식 회전율도 작년 7월 2~3%대에서 1% 초반대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개미들이 주식을 빼고 현금 보유를 늘리는 등 아예 증시를 떠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7월 말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4조2590억원으로 지난 6월 말(57조3648억원)보다 3조1058억원 줄었다. 지난해 말(67조5307억원)과 견주면 7개월 사이 무려 13조2717억원이 감소했다. 반면 국내 증시에 외인 유입은 증가하고 있다. 올해 엑소더스 현상이 뚜렷했던 외국인들은 지난 7월에만 2조원 이상 사들이면서 다시 코스피 ‘쇼핑’을 시작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상반기 유가 증권 시장에서만 14조62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견인했다. 하지만 7월 들어 2조3215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인의 1조원 이상 순매수는 올해 들어 처음이고, 지난해 12월 3조3987억원을 순매수한 이후 최대 규모다. 외국인 입장에서 코스피 진입에 대한 유인이 충분하다.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300원대에서 등락하는 가운데 국내 시장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 손실을 환차익으로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외국인은 개미들이 순매도한 종목을 대거 담고 있다. 7월에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한 달간 5461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외에 LG에너지솔루션(4679억원), SK하이닉스(2675억원), 현대차(1785억원), 삼성SDI(1579억원) 등을 사들였다. 동학개미들은 최근 증시가 오르는 상황에서 주식 시장으로 다시 들어갈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도 코스피가 8월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코스피지수가 2600선을 뚫으며 추세적 반등이 이뤄지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적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기술적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고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며 "8월 '베어마켓 랠리' 이후 9월부터 다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위기 대응에 주력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