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시장 침체 케뱅도 컬리도 ‘조마조마’
다음 주 컬리 상장 예비심사 결론… 몸값 책정 관건
유상증자 받은 케이뱅크, 상장 철회 현실적으로 어려워
증권가 “기업의 적정한 시장 가격에 대한 판단 중요해”
2023-08-16 이채원 기자
[매일일보 이채원 기자] 올해 증시부진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등 대어급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하고 나섰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기대주였던 쏘카조차 부진한 수요예측으로 공모가를 낮추면서 다음주자인 컬리와 케이뱅크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다음 주 중으로 컬리에 대한 상장 예비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컬리는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보유지분 의무보유 확약서와 올해 상반기 실적 및 재무 현황을 거래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FI 보유지분 의무보유 확약서는 애당초 컬리 상장 심사의 걸림돌로 불려왔다. 의무보유 확약서는 컬리의 FI들이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고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겠다는 약속을 담는다.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5.75%로 낮은 점을 고려해 거래소는 FI들에게 ‘최소 18개월 이상 보유 지분을 팔지 않을 것’, ‘20% 이상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공동행사할 것’ 등의 약정을 요구해 왔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그간 컬리에 요구해온 의무보유확약서를 받음과 동시에 경영과 재무 상황 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해 상장심사 승인을 무사히 마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컬리는 예비 심사 승인을 받더라도 공모가 산정이라는 걸림돌이 남아있다. 컬리는 지난해 12월 앵커에쿼티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 평가되는 컬리의 가치는 1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평가금액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컬리는 상장 예비심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적절한 상장 시기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컬리 관계자는 “심사 결과가 나오면 상황을 지켜보고 최적의 시점을 볼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그런 것(상장 철회)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상장을 철회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투자받은 1조2500억원을 상장을 해야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하며 현재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의 상장예비심사가 9~10월 중 승인되면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침체된 IPO 시장이 이들의 흥행 여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 기업은 총 48개로 전년 동기(59개) 대비 11개 줄었다. 싸늘한 투심으로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대어급 기업들은 상장 철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반기 IPO 대어로 꼽히던 쏘카 또한 수요예측에서 56대1이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당초 희망공모가범위(3만4000~4만5000원)보다 낮은 2만8000원에 공모가를 결정했다. 쏘카는 공모 물량도 기존 455만주에서 364만주로 20% 줄였다. 이에 따라 공모가 기준 공모 예정 금액은 1019억2000만원, 시가총액은 9666억원이 됐다. 기존 희망 공모가 상단 기준 공모 규모는 2048억원, 시가총액은 1조5944억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실적 개선 기업들에 주목해 IPO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진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오히려 단순 흥행 여부에 따른 IPO 참여가 아닌 기업의 적정 시장 가격에 대한 판단이 공모주 투자에 있어 알파를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케이뱅크는 수년간 각종 영업지표가 정체되어 있다가 2020년 이후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데 대출증가세가 특히 눈에 띈다”면서 “플랫폼과 수수료 비즈니스에서의 경쟁력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지만 본질적인 뱅킹 사업의 수익성과 성장성만으로도 높은 밸류에이션은 정당화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