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향후 5년동안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주택정책의 큰 그림을 제시했다.
‘8‧16 주택공급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민간주도로 도심지에 주택공급을 대폭 늘리겠다는 대목이다. 숫자 위주의 물량공급 확대가 아니다. 국민들이 살고 싶어하는 도심지에 집을 많이 짓는데 이를 민간주도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야말로 주택공급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일단 긍정적이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여전히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물량 위주의 공급정책에 치중하다보니 정작 국민들이 원하는 지역의 주택 공급부족은 해소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막판까지 ‘주택 공급부족’을 인정하지 않다가 집값 급등에 분노한 민심을 이기지 못하고 뒤늦게 공급확대로 정책을 선회했다.
‘8‧16대책’을 들여다보면 서울 도심에서 용적률을 높이고 규제를 완화해 집을 더 많이 지어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요와는 관계없이 수도권 외곽에 신도시를 조성해 아파트를 짓겠다는 기존 방식과는 차이가 난다. 이번 대책에도 공공택지 추가지정이 있지만 GTX 역세권을 ‘Compact city’로 고밀개발하거나 산업단지 인접지역 등 수요가 많은 지역을 발굴한다는 점이 다르다.
민간도심복합사업이나 도시혁신계획구역, 주택공급촉진지역, 내집마련 리츠주택 등 새로 도입하기로 한 제도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 지도 관전 포인트다.
정부는 주택정책의 큰 방향은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내달부터 순차적으로 후속대책을 통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주택공급 대책이 성공하려면 큰 그림보다 후속대책이 더 중요하다.
초과이익부담금과 안전진단 등 재건축 규제완화는 하반기중 후속대책을 통해 구체화된다. 수도권 신규택지 발굴도 입지가 결정 되는대로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이런 후속대책들은 집값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주택공급 확대 정책의 성패는 민간 참여 활성화와 집값 안정에 달려있다. 민간 주도로 사업을 추진하려면 규제완화와 인센티브 부여로 사업성을 높이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집값이 불안해질 수 있다. 용적률 인센티브 등으로 막대한 개발이익이 발생하는데 환수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토지소유주와 개발업자에게 혜택이 집중돼 시장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재건축 규제완화로 아파트값이 오르면 사업성이 높아져 추진속도가 빨라질 수 있지만 주택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을 이미 여러차례 경험했다.
반대로 개발이익과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사업구조가 빡빡하거나 이익환수조치가 너무 강할 경우에도 민간이 참여를 외면해 공급확대정책이 실패할 수 있다. 특히 집값이 큰폭으로 하락하는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에도 민간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규제완화를 통해 주택공급이 늘어나면 집값과 국민들의 주거가 안정되는 선순환효과가 나타나지만 자칫 공급확대 효과보다 집값 불안이 먼저 나타나면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규제완화 과정에서 국지적인 집값 상승은 불가피하겠지만 주택시장 불안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주택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성공해 국민들이 '집 걱정'을 덜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