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기금' 지자체ㆍ은행 반발에 '출발'도 못하고 삐걱

'빚 90% 탕감' 일파만파...금융당국 "강행 대신 여론 수렴" 고금리 대환정책도 논란..."정부가 시장원칙 거슬러" 지적도

2023-08-17     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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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의 은행권을 향한 취약차주 지원 압박이 전방위로 확산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원금 90% 탕감' 논란을 일으킨 '새출발기금' 추진과 2금융권 취약차주를 떠안게 되는 대환대출 정책 등 은행권의 고통분담을 강요하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며 볼멘소리도 쏟아져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월 예정된 정부 주도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시행을 앞두고 소통에 나섰지만 은행권·지자체 등이 반대 입장을 밝혀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새출발기금 세부 공급계획을 오는 18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국은 돌연 추진계획 발표를 연기하고 대신 여론수렴을 위한 설명회를 연다는 방침으로 선회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금융당국이 은행과 지자체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논란이 된 새출발기금은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금융부문 민생안정 대책 중 하나로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30조원 규모 부실 채권을 매입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정책 내용으로는 대출금 1~3년 거치기간 부여와 최대 10~20년의 장기·분할상환, 연체 90일 이상 부실 차주 원금의 60~90% 감면 등이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에서는 새출발기금의 원금 감면율이 지나치게 높아 금융사의 손실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채무조정 프로그램으로 금융권 고객 이탈 가능성이 커지고 낮은 부실채권 매입가 등의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나친 원금 탕감으로 부실 차주의 고의 연체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은 원금 감면의 폭을 10~50%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17곳의 지자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대출을 받을 때 지자체 산하 '지역 신용보증재단(신보)'이 보증을 섰기 때문이다. 새출발기금이 도입되면 지역 신보는 공공기관 캠코에 구상채권(채권 회수 권리)을 넘겨야 하는데 캠코의 매입가율이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쳐 손해를 본다는 것이 지자체의 주장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2021년 캠코의 시장 부실 채권 매입가율은 연 3.5~39.5% 수준이다.  계속 터져 나오는 논란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새출발기금 등 금융 지원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서울시는 새출발기금과 관련한 도덕적 해이 문제도 제기한 바 있어 역차별 쟁점과 채권 매입가율에 대한 논의를 나눴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새출발기금은 시장가에 기반한 공정가치 평가를 통해 채권을 매입할 예정이라 저가에 매각될 우려는 없다"며 "이번 정책은 채무 부담으로 절박한 차주를 위한 사회복지 측면이 강하기에 채권자뿐만 아니라 채무자의 입장도 반영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7%이상 고금리로 받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을 최대 6.5% 금리로 바꿔주는 대환 프로그램도 다음달 말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금융권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두 자릿 수의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제2금융권 대출자들을 껴안아야 하는 만큼, 추후 부실 위험 등 리스크가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고금리 대출 상환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8조5000억원 규모의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14일 대통령 주재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한 80조원 규모의 자영업자·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의 후속조치다. 지원대상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정상차주'로,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 소상공인·소기업이다.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설비·운전자금 등 사업자 대출로 '대환신청 시점'에 금리가 7% 이상인 경우 지원한다. 금융권 대출은 은행, 저축은행, 여전사(카드사·캐피탈사), 상호금융, 보험사에서 취급한 사업자 신용·담보 대출이다.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업체를 지원하는 사업취지 등을 감안해 올해 5월 말까지 취급된 대출까지 지원하며, 올해 6월 이후 갱신된 경우도 지원대상에 해당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시장원칙을 거스를 뿐 아니라, 저신용자들의 1금융권 유입으로 추후 더 큰 사회·경제적 비용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더 이상 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취약차주들을 1금융권으로 들여보내자는 것인데 부실 우려가 높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 이들 차주에 대한 관리를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