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나나영롱킴을 아시나요?
2022-08-18 매일일보
“처음엔 욕심 내지 않고, 그저 아는 사람만 알고 즐길 수 있는 사람만 즐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생각이 바뀌었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이 변하고, 환경이 변하고, 문화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다가올수록 아름답고 화려하며 즐거운 드랙 문화에 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받는 사회가 다가올수록 아름답고 화려한 드랙 문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외치는 아티스트가 있다. 마마무, 브라운아이드걸스, 박효신 등의 뮤직비디오 출연하고 패션쇼 무대에 오르는가 하면 국내 최초로 드랙에 관한 개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활동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드랙 아티스트 나나영롱킴이다.
‘드랙’이란 사전적인 의미로는 ‘사회에 주어진 성별의 정의에서 벗어나는 겉모습으로 꾸미는 행위’를 말한다. 과거 셰익스피어 시대 연극과 오페라에서는 여성이 무대에 오르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남성 연기자가 여성 역할을 위해 여장을 해야만 했다. 이때 여장을 한 남성 연기자가 긴 치마 등을 끌며 무대 바닥을 쓸고 지나가는 모습에서 ‘드랙’이란 표현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성을 가진 드랙은 현대에 와서 ‘드랙키즈’라고 불리는 전위적이고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이 인기를 끌기 시작, 이후 90년대부터는 화려하게 부풀린 머리와 여성적인 곡선을 강조하는 ‘미인대회 스타일’이 유행했다. 최근 들어 드랙은 이에 그치지 않고 더욱 다양한 스타일로 발전하는 중이다.
특히 현재의 드랙은 남성이 여성처럼 꾸미거나 여성이 남성처럼 꾸민다는 과거의 전형에서 벗어나 성별과 무관하게 한 개인이 평소 자기가 추구하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과감하게 도전하는 예술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선두에서 나나 영롱 킴과 같은 드랙 아티스트들이 활약하고 있다.
패션, 음악,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상식을 깨는 화려한 메이크업, 경계를 허무는 과감한 패션으로 신선한 문화충격을 선사해온 그가 이번엔 드랙 전시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8월말 대중에게 공개되는 ‘나,나 : NA,NA’ 展이다.
필자도 그의 도전에 한 손 거들었다. 새로운 예술로 진화해 가고 있는 드랙 문화가 예술적 호기심을 자극한 까닭이다.
특히 우리에게 친숙한 만화영화 ‘은비까비’ 스토리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나나영롱킴의 이야기가 더욱 관심을 끈다. 풍성한 헤어스타일링에 정석대로 일을 처리하는 은비가 과거의 드랙을 보여준다면, 얼굴에 동그란 복면을 쓰고 감정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고 일을 처리하는 까비는 현재의 드랙이 진화해가는 방향을 선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