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아르헨티나 중앙은행 기준금리는 60%다. 우리나라 2.25% 기준금리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미국 2.5% 금리에 역전된 것만으로도 해외자본유출을 걱정한다. 아르헨티나 상황에선 이런 걱정은 벼룩의 간만하다.
흔히 아르헨티나는 포퓰리즘이 과했던 정책실패 사례로 꼽힌다. 아르헨티나는 2019년 8월 대선 예비선거 직후 국채가격 및 페소화 가치 하락 등 금융시장이 악화됐다. 2018년부터 이어진 경기 불황이 코로나19로 더 심해졌다. 정부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화폐 발행량이 증가했으며 이는 연간 50% 내외의 높은 물가상승률로 연결됐다. 금리를 60%까지 올려도 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다.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이 아르헨티나의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전기료, 가스, 교통요금 등 각종 보조금을 지원하는 포퓰리즘은 계속됐다. 여기에 막대한 규모의 구제금융 외채, 달러환율 통제, 코로나19 팬데믹, 국제 원자재가 상승, 극심한 가뭄 등 복합적 요인이 겹쳐 경제적 부작용을 키웠다.
결국 포퓰리즘에도 아르헨티나 빈곤층은 경기침체 때문에 더 확대됐다. 아르헨티나는 10% 내외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빈곤층 비율이 지속 늘어나고 있다. 작년 상반기 빈곤층 비율은 40.6%, 약 1200만명에 달했다. 극빈곤층도 10.7%, 310만명이나 됐다. 이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다양한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시행 중이나 포퓰리즘 정책 강화로 인해 국가재정이 감소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경제 정상화를 위해서는 외환보유고 확대가 절실하지만 아르헨티나 정치는 해외기업의 현지 투자도 주저하게 만든다. 빈번한 법규 개정이 현지 투자 시 주의점으로 지적된다. 아르헨티나는 총선 및 대선에 따른 정치 불안정성으로 시장 변동이 심한 편에 속한다. 정치상황에 따라 법규가 빈번하게 개정되는 게 문제다. 기존 정부에서 추진하던 각종 프로젝트 및 주요 어젠다가 전면 중단 또는 대폭 변경되는 경우가 많아 투자진출기업에 리스크로 작용한다.
반면교사로 우리나라 유권자도 정책노선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면 대항마를 선택하려는 심리가 있다. 윤석열정부가 문재인정부에 비해 민간중심, 규제완화 성향을 띠는 것도 유권자 선택에 의한 결과다. 그러면 이제 공수가 바뀌었다. 유권자의 심리는 윤정부의 정책으로 향한다.
윤정부가 발표한 법인세 인하 등 세제개편안은 친기업 정책 노선이 뚜렷하다. 그 중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 합리화 방안은 다소 성질이 달라 지나쳐 보일 수 있다. 정부는 사업부문별 과세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기존 대기업의 수출목적 국외거래에 한해 과세 제외하던 데서 수출목적 국내거래를 포함시킬 예정이다. 두 개정내용은 패키지로 효과를 낸다. 기존 과세 대상 거래에 수출 유관 거래를 섞으면 법망에서 벗어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법 개정의 직접적 수혜 대상은 거래 주체인 법인이 아니다. 그 법인 지배주주와 친족 중 주식보유비율 3%(중소·중견기업 10%)를 초과하는 개인주주다. 그런데 기재부가 발표한 이 법 개정내용은 기업경쟁력 제고 방안에 포함돼 있다.
법이 개정되면 기업은 내부거래가 수월해진다. 포퓰리즘처럼 내부거래도 지나치면 부작용이 커진다. 서로 다른 법이 상충하는 문제도 야기한다. 단편적이지만 이처럼 함몰된 정책의 부작용이 쌓여 정권교체의 양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면 정책은 또 바뀔 것이다. 다시 돌아가 해외기업이 아르헨티나에 투자하기 꺼리는 이유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