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리자 원전에 또 포격…핵 사고 우려 커져

러 "우크라, 원전에 최소 4발의 포격" 남부 원전 인근 도시도 공격받아…민간인 12명 부상·민가 파괴

2023-08-21 김연지 기자

20일(현지시간)

[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서 20일(현지시간) 또다시 포격이 발생하면서 핵 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와 스푸트니크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원전 관리동 건물 부지에 포탄이 떨어졌지만 원전 핵심 시설은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지난 3월 점령한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전에는 이달 5∼6일에 이어 지난 11일 포격이 발생했다. 러시아는 최근 "19일 또다시 원전이 공격받을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주 행정부 수반인 블라디미르 로고프는 "우크라이나군이 원전에 최소 4발의 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자포리자 주정부는 텔레그램 채널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드니프르강 반대편에서 포격을 가했다"며 "이번 포격에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이 사용하는 155㎜ 포탄이 사용됐다"고 했다. 반면 드니프르강 인근 우크라이나 측 도시 니코폴의 예벤 예브투셴코 시장은 "러시아군이 반복적으로 마을을 폭격했다"고 말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보즈네센스크 주거지역에서도 러시아의 로켓포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12명의 민간인이 다치고 민가가 파괴됐다. 이곳은 우크라이나 남부 피우데누크라인스크 원전과 약 30㎞ 떨어진 곳이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운영사 에네르고아톰은 이날 포격과 관련 "또 다른 러시아의 핵 테러 공격"이라며 "피우데누크라인스크 원전을 장악하려는 러시아가 원전을 노려 쏜 미사일이 마을에 떨어졌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까지 해당 원전의 피해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신형 장비로 이번 공격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고, 앞으로 같은 유형의 공격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영상 메시지를 통해 "다음 주면 우크라이나가 소련에서 독립한 지 31주년"이라며 "(러시아군의) 점령은 한시적이고, 크림반도엔 우크라이나가 곧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24일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서 독립한 날이자 러시아의 침공 6개월째 되는 날이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6개월째를 앞두고 "이번 주에 러시아가 특별히 불쾌하고 잔인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