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간언 기자] 전자기기의 발달과 함께 대두된 보이스피싱은 살인에 버금가는 사회악으로 인식되고 있다. 금전적 피해를 넘어 막대한 정신적 피해를 일으키고 있기에 정부가 나서서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았다. 그중 하나로 전 국민에게 보이스피싱 사례를 알리고 범죄 유형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 ATM으로 송금을 할 때도 보이스피싱을 의심해보도록 경고 문구가 나타난다.
캠페인 덕분에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최근 감소 추세에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피해액이 2019년을 기점으로 낮아지고 있으며 2017년 2431억원, 2018년 4440억원, 2019년 6720억원, 2020년 2353억원, 2021년 1682억원이었다.
반면 전세사기는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집주인에게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 피해금액은 3407억원(1595건)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반환보증 사고액은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 2021년 5790억원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세금은 보통 한 가정의 가장 큰 목돈인 경우가 많아, 사기를 당하면 가족 구성원의 삶이 송두리째 나락에 빠지게 된다. 일각에서 사회적 약자 대상 전세사기를 경제적 살인이라고 이야기하며 처벌 수위를 크게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공인중개 업계는 전세사기 범죄자들이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부와 세입자가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현재와 같은 피해액 증가세를 감소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집값 하락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깡통전세가 발생해 피해를 볼 수도 있는데다가 계획적 사기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보 인지와 함께 믿을 수 있는 중개소를 통해 매물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개업계 한 관계자는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영업해 온 공인중개소의 경우 지역의 시세와 매물별 특성들을 잘 알고 있으며 전세사기 가능 매물을 충분하게 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사기 매물을 중개하게 되면 그간 업력을 망치게 되는 것은 물론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있기에 공인중개소들도 각별하게 주의하면서 불량 매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량 매물을 소유한 법인 사업자와 한탕을 노린 공인중개소가 공동으로 사기를 벌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분양업자와 짜고 피해자 136명에게서 보증금 298억원 상당을 뜯어낸 이른바 ‘세모녀 전세사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임차인 보증금으로 빌라 수백 채를 사들였다.
이에 중개업계 관계자들은 관심 있는 매물이 있는 지역의 다른 매물도 잘 알아봐야 하고 시세를 관찰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고 싶은 임대인은 별로 없으며 그들도 임대를 놓기 전에 시세를 알아본다는 것이다. 시세보다 가격이 낮은데 물건이 좋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세입자들이 이를 소홀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세입자가 시세에 맞는 계획을 세워놓지 않았다가 기획 사기단을 만나면 눈앞에서 좋은 물건을 놓치게 될까봐 조급한 마음에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만약 법인 소유 매물에 관심이 있는 세입자라면 등기부등본 등 서류는 물론이고 법인에 대한 정보도 알아보아야 한다. 법인 매물을 다루는 공인중개소가 어느 정도 업력을 가지고 어떤 거래를 해왔는지도 찾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