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침수車 보상받기 어렵네
대리업체 차대차 충돌 한정특약 가입 많아
자차보험 받으려면 주차 끝난 경우 등 따져
2022-08-24 김경렬 기자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한 업체의 임원 A씨는 회식이 끝나고 집에 가는 중 대리 운전을 불렀다. 술기운이 돌아 운전할 수 없었고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A씨는 대리 기사를 만나 회사에서 리스해준 차량의 차키를 쥐어줬다. 비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차들은 속도를 내지 못했고 도로에 물은 불어났다. 대리 기사는 더 이상 가지 못할 것 같다며 내리자고 했다. 차에서 내리려 문을 여는 순간 빗물이 차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차는 금세 물위에 둥둥 떴다. 지난 8일부터 닷새간의 집중호우로 비일비재했던 일이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8~12일 집계된 12개 손해보험사의 침수차량 추정 대수는 9986대에 달했다. 18일 열흘 동안으로는 1만2000여대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외제차 침수 피해 비중은 30%를 넘겼다.
2020년부터 2022년 7월 말까지 침수차량의 보험 처리 건수는 총 1만1173대다. 최근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쏟아진 폭우로 보험 처리된 침수차량이 월등히 많은 셈이다.
예년과 다른 피해 보상으로 손보업계는 허리가 휠 전망이다. 손보업계의 침수피해 보상처리 비용만 163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고가 차량이 많은 서울 강남 일대에 폭우 피해가 집중됐기 때문에 보상비용은 이전 사례보다 더욱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전까지 자연재해로 인한 차량 추정손해액은 2020년 7~9월침수로 인한 1157억원(2만1194대)이 가장 많았다.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한 차량 피해도 911억원(4만1042대) 정도였다.
이같은 대대적인 보상에도 불구하고, 구제를 받지 못하는 보험 가입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상당수 운전자들은 자차 보험(자기 차량 손해 보험)에 가입해 피해 보상금을 받는다. 자차보험은 가입자가 차량을 운전하다가 상대방 없이 사고를 내거나, 화재, 폭발, 도난 등으로 차량이 부숴졌을 때 수리비 등을 지급받는 보험이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했다가 빗물에 차가 완전히 잠긴 경우는 100% 보상 받을 수 있다.
다만 대리운전의 경우는 복잡하다. A씨의 경우도 대리기사가 가입한 보험과 임원의 자동차 보험에 따라 다른 결론에 이른다. 대리업체는 보통 대리기사 앞으로 자동차 간 충돌 한정특약을 가입한다. 일반적으로 대리업체는 보상 범위가 적은 저렴한 보험에 가입하기 때문에 사고난 게 아니라면 쉽게 보상 받을 수 없다.
A씨의 자차보험 문제도 상황별로 따져야한다. 자차보험을 받기 위해선 본인이 운전을 하거나 회사 직원이 운전을 해야 한다. 대리기사가 운전하고 있을 때 사건이 발생하면 자차보험에 해당하지 않는다. 예를들어 대리 기사가 운전하고 있는 도중에 침수돼 차가 움직일 수 없어 내린 경우에는 보상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자차보험을 받기 위해선 차량의 주차 상태 역시 중요하다. 대리 기사가 운전한대다 잠길 정도로 비가 왔다고 하더라도, 주차까지 완벽하게 끝냈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자차보험의 영역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고객 말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복합적인 경우를 고려하겠는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황별로 특약과 면책 조건(보상받지 못하는 조건)이 모두 다르다. 대리운전처럼 복잡한 경우에는 CCTV나 블랙박스 등을 보고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약사항에 해당하는지를 꼼꼼히 따지고 있다”며 “다만 이번 침수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