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현경·박지민·김정인·김연지 기자] 청년 정치의 한계가 정치적 미숙함과 계파정치에서 비롯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결국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거대 정치담론을 담을 수 있는 역량을 바탕으로 현실 정치에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의 정치 참여가 단순한 팬덤 문화를 기반으로 하거나 '남성은 아군 여성은 적'이라는 갈라치기 또는 이른바 '쇄신의 얼굴마담' 정도로는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4일 매일일보와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은 청년 정치의 대안으로 구태정치 타파, 세대간 서로를 인정하는 문화, 정치경력을 쌓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등을 과제로 꼽았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정치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주류 중 하나로 완전히 편입하기 위해서는 청년과 기성세대 모두 양보와 타협으로 서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비로소 한국 정치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세대교체는 원래대로라면 40대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이들이 386세대를 극복하는 세대로 성장하지 못했다"며 "그 결과 국민의힘은 60대 이상의 시니어와 2030의 대결로 갔고, 민주당은 386과 3040의 대결로 갔다"고 진단했다.
홍 소장은 이어 "젊은 세대들의 정치·사회적 욕구는 식지 않을 것"이라며 "세대간 이해를 기초로 각 세대가 스스로 위상을 인지하고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홍 소장은 또 "정치 기득권 세력의 희소가치를 독점해서는 안된다"며 "시니어 그룹의 양보가 있어야 청년들과의 화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청년 문제는 단순히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대의 문제로, 공정성을 강조하는 젊은층인 만큼 정치에서도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젊은 사람들이 바라는 게 공정함 아닌가"라며 "그렇다면 젊은 정치인들이 자리잡기 위해 왜 혜택을 줘야 하는가"라고 따졌다.
그는 이어 "청년 문제는 세대별로 쪼갤 수 없다"며 "예컨대 대학 등록금만 봐도 이는 20대만의 고민이 아닌 50대와 60대의 고민이기도 하다"고 일갈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60대가 하면 노인정치이고 부자들이 하면 부자정치인가"라고 반문한 뒤 "이는 일차원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년은 가치의 문제이지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선거제 개편과 함께 다당제를 포함한 제도적 방안을 중요시했다. 청년 정치가 자리잡기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세대 정당이나 지역 정당이 출현할 수 있게 다당제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인과 정당의 세대교체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젊은 나이때부터 단계적으로 정치적 훈련을 받고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시스템의 부재에서 청년정치의 실패가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전 대표와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현상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이 전 대표는 정치적 대의를 이야기하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들의 발언과 행동을 비판하는데 집중한다"며 "즉 자기정치에 대한 몰입으로 정치력에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셈"이라고 봤다.
이어 그는 "민주당의 경우 기득권의 두께가 국민의힘보다 더 두껍다"며 "박 전 위원장은 결과적으로 이 전 대표보다 더 불리했고 정책을 의제화하지도 못했다"고 평가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전술·전략 면에서 실패했고, 당내에 본인의 세력도 만들지 못했다는 게 이 평론가의 얘기다.
즉 대안적 비판은 청년정치를 상징할 수 있는 것인데 이 전 대표와 박 전 위원장은 청년정치 현상의 주인공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평론가는 거대담론의 청년정치에 희망이 있다고 봤다. 그는 "청년 담론에 다시 불이 붙어야 하고 새로운 청년들이 뛰어들어 청년 정치가 무엇인가라는 논쟁을 해야 한다"며 "밥그릇 싸움을 하기보다 청년정치라는 대의를 위한 거대담론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