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통화정책도 미지수…사상 첫 4연속 금리인상

인플레 압력·한미 금리 역전 상황 고려한듯 금융위기 수준 치솟은 환율 방어 필요성도 물가정점 변수...경기둔화에 긴축 유지도 부담

2023-08-25     이광표 기자
이창용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다. 사상 첫 4회 연속 인상이다. 이같은 기조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당장 해소되기 어려운데다, 미국이 계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한국과 기준금리 격차를 벌리면서 한은도 연내 2.75%에서 3.00%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25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2.25%인 기준금리를 연 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 4월 이후 네 차례 연속 인상을 택했다. 이로써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연 0.5%였던 기준금리는 1년 만에 2.0% 포인트나 오르게 됐다. 여전히 물가에 방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 앞으로 1년간 예상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이달 4.3%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긴축에 따른 한미 금리차 역전, 고(高) 환율이 이어지는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뒤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2년 반 만에 한국보다 높아졌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2.50%로 높이면서 한국 기준금리와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같아졌지만, 연준이 오는 9월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나 0.75%포인트 올리면 한미 기준금리는 다시 역전된다. 한은 입장에서는 남은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올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환율 변화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위험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최근 2009년 금융위기 수준인 1346원대까지 뛰면서 환율 방어 필요성도 커졌다. 전문가들과 시장도 이날 2.50%까지 뛴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두 차례(10·11월) 남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한 두 차례 더 올라 연말 2.75∼3.0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원은 "남은 금통위에서 두 번 다 올리거나 한 번 정도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말 기준금리 수준은 2.75∼3.00% 정도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데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하반기 수출 전망이 어두운데다, 물가 오름세·금리 인상이 겹쳐 소비 증가 여력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11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11월쯤에는 물가 정점을 확인하게 되고 점차 경기에 대한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기존 4.5%였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2%로 올려잡았다. 한은이 제시한 물가 상승률 전망치로는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7%에서 2.6%로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