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연말 3% 전망…경기둔화에 高환율ㆍ高물가 '발등에 불'

한은 "물가상승 꺾을 필요성 있어"…추가 금리인상 시사 "환율 상승 제어 도움될 것"..."금융위기 상황과는 달라"

2023-08-25     이광표 기자
이창용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예상대로 한국은행이 8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를 또 한 번 올렸다. 6%대를 넘어선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고, 0.5%p~0.75%p 수준의 금리인상을 예고한 미국 연준 금리정책에 선제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은이 이번 금통위를 통해 사상 첫 넉달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금통위의 결정에 시선이 쏠린 가장 큰 이유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환율 급등세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09년 이후 13년여 만에 1340원대를 돌파하는 등 급격한 오름세로 국내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날 금통위 이전부터 소위 ‘환율 방어’의 차원에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된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 일각에서 ‘베이비스텝’을 넘어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도 이러한 고환율 흐름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일단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의 베이비스텝이 환율 방어에는 일정부분 긍정적 영향을 줄 거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당장 지난달 역전된 한미 기준금리가 다시 동률을 이루면서 자본 유출 우려가 다소 불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변동성이 커진 외환시장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길 기대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결정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결정에 환율을 고려하진 않았으나 25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상은 현재 상승 중인 환율 제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이는 주요국 모두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국내 유동성이나 신용도 위험 때문이 아니다"면서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여전히 높은 물가 역시 이번 기준금리 인상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은은 역사상 최초로 ‘4회 금통위 연속 금리인상’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는 다소 둔화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물가상승률을 잡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금리인상이 물가상승률 억제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앞서 언급했듯 달러화 강세로 인한 환율 상승으로 물가 압박이 강해지는 상황인 만큼, 오히려 과감한 빅스텝에 나섰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한은 스스로도 이번 금통위를 통해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4.5%에서 0.7%p 오른 5.2% 수준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1998년 1월(9%) 이후 가장 높은 전망치다.  이 총재도 물가 오름세가 올해를 넘길 거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을 5.2%로 상향한다"면서 "하반기 물가 상승률도 평균 5.9%를 유지하는 등 5~6%대 물가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물가 수준 정점을 당초 3분기말 4분기초로 봤으나, 최근 유가 하락에 따라 정점 자체는 그보다 당겨질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정점을 지난다고 물가가 안정세로 돌아서는 것은 아니며, 불확실성이 큰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한은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도 이날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커짐에 따라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6%, 2.1%로 지난 5월 전망치(2.7%, 2.4%)보다 하향조정했다. 한편 이 총재는 "당분간 5% 이상의 높은 물가 수준이 유지된다면 오름세를 꺾을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 3개월정도는 0.25%p씩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올해 연말 기준금리 수준과 관련 "7월 전망 경로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2.75~3%의 시장 기대가 합리적이라고 아직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도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단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의 기준금리와 관련해선 불확실성이 심한 상황에서 금통위원들과 깊이 논의하는 것이 의미 없기 때문에 연말까지 여러 자료를 보고 판단해야할 듯하다"며 "지금은 불확실성이 커서 3개월 이후에 대해 말하기에는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