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악재 넘어 악재'…예금도 대출도 시중銀에 다 뺏길라

안심전환대출·새출발기금 지원책에 영업기반 '흔들' 예대차공시에 시중은행 수신금리↑...고객이탈 위기

2023-08-28     이광표 기자
금융당국의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저축은행의 수익성이 위태로워졌다. 금융당국의 정책금융을 통한 취약 계층 지원책과 예대금리차 공시 도입으로 인한 금리 경쟁 등 악재가 잇달아 등장해서다.

저축은행 업계에는 그간 저축은행 대출 상품을 이용했던 차주들이 정책금융이나 시중은행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시중은행과의 예적금 금리가 줄면서 예금 고객 유치마저 녹록치 않은 상황이 되며 근심이 깊어진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잇달아 발표한 취약 계층 지원책으로 인해 저축은행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이 시행되면 주요 대출 고객들이 시중은행으로 빠져나가 영업 기반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올 2월 말 기준금리가 연 7%가 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잔액은 21조 9056억 원 규모다. 이 중 비은행이 보유한 잔액은 17조 6154억 원으로 80%를 차지하고 있다. 저축은행 전체의 대출 채권 규모가 올해 3월 말 기준 104조 2981억 원임을 고려하면 최대 16.9%에 달하는 대출 채권이 1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셈이다.  당국은 제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대출이 넘어가더라도 2금융권의 이익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을 환입시켜 재무 상태가 좋아지게 하는 것은 일회성이지만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을 빼앗기는 일"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저금리 대환을 하게 되면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굳이 영업비용을 들여 사업자 대상 상품을 시장에 공급하지 않을 테고 결국 나중에는 소비자들이 돈 빌릴 곳이 없게 될 수도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새출발기금도 같은 맥락에서 저축은행에겐 악재다.  새출발기금은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채무 조정을 해주는 제도다. 정부가 30조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실 채권을 매입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큰 손실을 입은 개인사업자·소상공인 중 3개월 이상 장기연체가 발생한 부실 차주에 대해 최대 90%의 원금을 감면해준다는 내용이 포함돼다.  다만 금융위가 부실 우려 차주로 예상하는 이들은 저축은행들에는 ‘정상 고객’일 가능성이 크다. 통상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중저신용자나 다중 채무자 등이 대출을 위해 저축은행 문을 두드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이들이 부실 우려 차주로 포함되고 금융 당국이 원금 감면, 금리 조정을 요구하면 저축은행들은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1금융권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예대금리차 비교공시도 저축은행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소비자들이 금리 차이가 적은 일부 대형사로 쏠려 중소 규모 업체들은 실적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예대금리차 비교공시란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를 비교해 공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은행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이자 장사’를 막겠다는 이유로 금융 당국이 도입했다. 현재 이는 1금융권인 시중은행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추후 저축은행 업권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문제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도 연 3% 중반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9일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최고 금리 상품 기준) 평균은 연 3.30%를 기록했다. 저축은행과 시중은행간의 예금금리차는 0.2%p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22일 기준 국내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금리는 3.51%로 집계됐다. 이달 초 평균 3.42% 정도였던 정기예금 금리는 최근 소폭 상승하면서 0.1%포인트 정도 인상됐지만 시중은행들도 금리를 꾸준히 올리면서 고금리 예금 상품으로서의 매력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통상 저축은행과 시중은행간의 예금금리차의 경우 1.0%p 정도 차이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라며 "예대금리를 감시하겠다는 명분으로 이렇게 금리차가 줄어들면 업권간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가 비슷해지고 고객들은 부실 사태 전적이 있는 저축은행은 기피하고 안전한 시중은행 상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