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디지털시대 초격차'... 미래전략사업 속도낸다
롯데·신세계, IT인력채용·사업구도 변화로 디지털 전환 가속 제약업계, 보수적 이미지 탈피 위해 온라인몰·유튜브 강화 중기업계, 자본 규모 부족해 디지털 전환에 난항
[매일일보 이용 기자]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유통·산업계가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는 종료됐지만 각 기업들은 비대면에 익숙한 소비층과 새로운 활로 개척을 위한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분야는 유통업계다. 롯데와 GS리테일, 신세계 등의 주요채널은 지난해부터 디지털 전환을 의식한 사업구조 개편과 인재 채용을 진행한 상태다. 롯데온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대규모 채용 전형을 통해 IT 개발인력을 확충했다.
지난해 7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신세계는 IT 인력 채용과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대규모 자원을 투자 중이다.
유통업계는 오랜 세월 고객과의 접촉을 통해 소비 데이터를 축적한 만큼, 이를 활용한 고객 만족도 극대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식자재 유통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주문·유통 과정이 대표적이다. 유통 실수는 결국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되는 만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 가격 거품이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CJ프레시웨이는 약 1만4000개의 고객사가 이용하는 식자재 거래 전용 시스템인 '온리원푸드넷'에 축적된 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유통 사업을 디지털화하는 중이다.
제약업계도 비대면·디지털 수요 대응에 온라인몰을 구축했다. 펜데믹 초기의 제약 온라인몰들은 구색만 갖춘 상태였지만, 인터페이스도 강화하고 고객 혜택도 늘리는 등 기업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감기약 수요가 늘어나는 바람에 매장 방문 고객이 증가해 방역에 더 신경 쓰게 된 약국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약국가에 따르면, 온라인몰은 가격 비교와 제품 환불이 간편하고, 소액 주문도 가능해 오프라인 도매점을 통한 구입보다 편의성이 우수하다.
또 보수적이라는 업계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강화하는 등 고객 소통에도 신경쓰고 있다. 유한양행의 유튜브 채널은 업계 최초로 구독자 11만을 넘기며 이례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L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각종 배달 서비스와 라이브 커머스 시청이 일상화 됐다”며 “스마트폰을 통한 온라인 접속 시간도 늘어난 만큼, 기업들은 인공지능(AI) 기업, 인기 유튜브 채널과의 협력을 통해 고객이 상품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업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도 공정의 디지털화가 각광 받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과 고질적 인력 부족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온도센서 제조기업인 티에이치센서의 경우 작업공정을 자동화한 이후 생산성 10% 향상, 불량률 15% 감축 등 성과를 달성했다. 폐기량이 적어진 만큼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본 규모로 디저털 전환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경기 안성의 플라스틱 사출 업체 B사 관계자는 “기계 도입의 초기 비용이 비싸고, 디지털 공정을 도입해도 기존 직원을 내칠 수도 없는 형편”이라며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기업에 정부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좋지만, 전환 과정에서 중기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