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사자 행렬에 환율도 들썩

8월까지 해외주식 일평균 1조6000억원 거래 원화 약세 국면에서 외환 수급 악화 요인

2023-08-29     홍석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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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글로벌 증시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해 15조원 넘게 해외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순매수액은 118억6945만달러(15조5670억원)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도 해외주식에 대한 개미들의 열망은 여전한 상황이다. 거래대금(순매수+순매도 금액) 역시 올해 2031억8700만달러(266조4797억원)를 기록 중이다. 뉴욕 증시가 주춤하며 3월 정점을 찍고 서서히 줄어들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10거래일 만에 전월치(195억6406만달러)의 80%에 가까운 156억3467만달러로 증가했다. 또 이달 들어 일 평균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12억9100만달러(1조6960억원)로 나타났다.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7조356억)의 4분의 1 수준이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단연 ‘테슬라’다. 한국인이 보유한 테슬라의 주식은 157억6832만달러(20조6675억원)에 달한다. 테슬라 시가총액(9177억달러)의 1.72%에 이르는 규모다. 2위는 애플(55억4223만달러), 3위는 반도체업체인 엔비디아(26억7225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외에도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이 주요 투자처로 이름을 올렸다. 상장지수펀드(ETF)로는 나스닥100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 ‘프로쉐어즈울트라프로 QQQ’도 서학개미의 사랑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가 뉴욕증시에 투자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환율’이다. 위험자산이 주식 시장이 하락한다고 해도 안전자산인 달러가 상승하는 만큼, 환전했을 때 손실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뉴욕증시의 경우 테슬라나 애플, 알파벳 등 국내 투자자에게도 비교적 익숙한 기업이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편이기도 하다.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해외주식 투자를 보면 94%가 미국일 정도로 미국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압도적이다. 올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가장 큰 이슈가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인 만큼, 뉴욕증시 위주의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 역시 서학개미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다만 서학개미가 늘어날수록 환율이 오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내고 원·달러 환율의 강세 원인 중 하나가 서학개미의 해외투자라고 지목했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고 원화가 강세일 때는 해외투자 확대가 대외건전성을 개선하지만, 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원화가 약세인 국면에서는 외환 수급을 악화시킨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