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통계청이 지난 8월 24일 발표한 ‘2021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 0.81명으로 1970년 출생통계를 작성한 이래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여자가 가임 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고작 0.81명 남짓이라는 의미로, 이미 압도적인 세계 최저 수준(2020년 0.84명)에서 수위를 더 낮춰 급기야 0.81명에 이른 것이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6만600명으로 불과 20년 전인 2001년 55만9,934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1년 전 27만2,337명보다 1만1,800명(-4.3%)이 감소한 규모로 역대 가장 적은 출생아 수다.
1970년 출생통계를 작성한 첫해 101만 명을 기록했던 연간 출생아 수는 등락을 거듭하며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1년 50만 명대(559,934명)로 줄었다. 2002년 40만 명대(496,911명)로 줄어들었고, 2017년 30만 명대(357,771명)로 주저앉았던 연간 출생아 수는 3년 만인 2020년 20만 명대(272,400명)를 기록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조출생률)도 5.1명에 그치며 최저치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도 2021년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작년 0.84명 대비 0.03명 줄어든 수치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7년 1.05명에서 2018년 0명대(0.98명)로 주저앉은 이후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으로 꾸준히 하락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저출산 실태는 전 세계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출산율 1명 미만은 한국뿐이며, 2020년 기준 OECD 회원국 평균은 1.59명으로 우리나라는 이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치며, 0명대를 기록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첫째 아이 출산 연령은 29.4세다. 한국의 첫째 아이 출산 연령은 32.6세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회원국은 이스라엘로 2.9명이며, 한국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회원국인 이탈리아는 합계출산율이 1.24명이다. 한편, 미국의 합계출산율은 1.64명이고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33명이다.
통계청이 지난 8월 24일 발표한 ‘2022년 6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출생아 수는 5만9,961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6만 명을 밑돌았다.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도 0.75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통상 하반기로 갈수록 낮아지는 출산율 경향을 감안하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7명대가 유력한 상황이다. 한 국가가 인구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최소 출산율인 대체출산율(Replacement fertility rate)은 부부당 2.1명이다. 여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다. OECD에 따르면 합계출산율 1.7명 이하를 저출산이라 하고, 1.3명 이하일 때를 초저출산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이미 초저출산 사회를 훨씬 넘었다.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최악의 저출산 국가다.
이미 인구와 관련해 한국은 너무 많은 경고를 듣고 있다. 2017년 9월 7일 서울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화여대 학생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은 다음 한국을 “집단적 자살 사회(collective suicide society)”라며 한탄했다고 한다. 간담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은 했지만, 취직도 어렵고 취직이 된다 해도 아이를 갖는 순간 직장을 그만두어야 한다며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저출산은 저생산성, 저성장, 재정 악화로 연결되는데 이런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든 상황이 바로 집단적 자살 현상이 아니겠느냐고 한 것이다. 최근 트위터를 인수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Elon Musk)도 한국과 일본, 홍콩을 거론하면서 한국은 가장 빠른 인구 절벽과 인구 붕괴가 일어나는 나라이며 출산율을 걱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출산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3세대 후 한국 인구는 현재의 6% 수준이 되며, 인구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고령들로 구성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당초 예측보다 8년이나 이른 지난해부터 시작된 출생률 급락은 총인구 감소, 학력 인구 급감, 경제와 납세 주력인 생산가능인구 급감, 병역자원 감소, 세수 감소,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국민연금 조기 고갈, 노동력 감소와 각종 비용 상승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 지역소멸 등이 모두 진행 중이거나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가운데 미래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더 큰 문제는 지난 20여 년 이상 지속한 저출생(低初生)의 추세가 범국가적인 노력에도 회복의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인구학자들은 한국의 출산율이 최악의 경우 0.6명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인구는 국가 경제의 가장 기본적 함수다. 생산력과 소비력을 나타내는 데 출산율 하락의 폭이 너무도 가파르다. 보육·보건·연금·교육·일반복지 등 거의 모든 분야의 경제·사회정책을 좌우하는 가장 근원적인 팩터(Factor) 이다.
나아가 인구감소는 국방과 안보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惹起)한다. 국내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는 2020년 3,737만9,000명에서 2070년 1,736만8,000명으로 반 토막이 우려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런 추세라면 2030년 잠재성장률이 0%대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저출생 대책을 시행해 왔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3차례의 기본계획이 진행되는 동안 총 380조2,000억 원 규모의 예산과 3,038개의 정책과제를 쏟아부었음에도 이 기간 합계출산율은 0명대로 떨어졌고,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파른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에 대한 국가의 명운을 건 근본 대책이 아쉬운 대목이다.
인구 문제는 이제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의 인구감소 시대를 넘어 인구지진(Age quake)의 인구소멸 시대를 치달리며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함에도 정치권은 말로만 위기라 할 뿐 실효적·효과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구절벽, 지방소멸, 초등학교 폐교라는 말은 이미 너무 익숙하다 못해 식상하고 진부하고 비루한 용어로 퇴색되어 버린 지 오래다. 대학들도 아우성이 크다. 대학은 벚꽃 피는 순으로 문을 닫는 현실이 다가왔다. 대학뿐 아니라 지방의 초⋅중⋅고등학교도 폐교가 속출하고 있다. 수도 서울에서도 초등학교 폐교가 시작되었다. 상황이 이렇듯 엄중한데도 인구 문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담 부처도 없다. 담당 부처조차도 모호해져 버린 감이 없지 않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직도 임명하지 않고 공석이며, 여성가족부는 폐지론만 감돈다. 위기 속에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일본은 2010년대 중반 합계출산율이 1.42명일 때 총리 직속으로 인구 위기를 총괄하는 인구 전담부서를 만들어 합계출산율 1.0명 이상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990년대 중반 합계출산율이 1.79명일 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출산율 회복을 위해 GDP 대비 4%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을 해왔다. 두 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족은 매월 최소 131.55유로 혜택을 받으며, 자격을 갖춘 가족을 위해 각 아동이 출생 시 주어지는 944.51유로의 지급을 포함해 많은 보조금을 받는다. 스웨덴도 여성과 모성 고용률이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높고 아동 빈곤은 가장 낮다. 부모는 자녀가 15세가 될 때까지 월별 수당을 받는다. 부모는 480일의 유급 육아 휴직을 받을 자격이 있으며, 아버지도 480일 중 약 30% 유급 휴직이 보장된다. 노르웨이도 지난해 아이 1명당 2만9,726달러 지원하고 49주의 육아 휴직을 주는 등 출산 장려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보육·교육 환경 개선과 여성들의 경력단절이 없도록 하고, 높기만 한 유리천장을 파괴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보장하며, 여성의 경제활동 지원 등도 강화해 나가야만 할 과제다. 인구감소라는 ‘회색코뿔소(Gray rhino)’에 대한 안일한 대응은 아니었는지 뒤돌아볼 일이다. 회색코뿔소는 누구나 다 알고 있고 감지할 수 있는 위험인데도 제대로 잘 대처하지 못하거나 대처할 엄두조차도 내지 못하는 위기를 뜻한다. 예고된 인구 디스토피아(Dystopia)인데도 불구하고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셈이다. 덩치가 큰 코뿔소가 저만치에서 쿵쿵대며 어슬렁거리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있다가 막상 코뿔소가 달려오면 피하지 못하고 큰 해를 당하는 치둔(癡鈍)의 우(愚)를 범하는 바보가 되어선 결단코 안 된다.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젊은 세대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력단절, 육아 독박, 가사노동 전담, 양육비 부담, 사교육비 부담 등이 출산율 저하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7월 13일 남녀평등이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를 수치로 한 ‘젠더갭 지수(Gender Gap Index 2022)'를 발표했는데 조사한 146개국 중 한국은 99위에 그쳤고, 맞벌이 가구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2019년 기준 여성이 187분으로 남성 54분보다 133분 더 많아 무려 3배를 넘어서는 등 무수히 많은 여성의 재생산노동에 무임승차하고 있다. 공무원을 제외한 또래 여성들은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과 육아 부담 걱정을 밥 먹듯 하고, 양가 부모의 도움은 필수적이고, 육아비용도 적지 않을 뿐 아니라 내 집 마련의 꿈도 요원하며, 어린이들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다른 이용자들의 편의 등을 목적으로 어린이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이 가득한 사회를 ‘맘충(Mom + 蟲│엄마와 벌레의 합성어로 육아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라 손가락질하는 세태는 이를 충분히 방증하고도 남는다.
또한, ‘아이 낳으면 돈 준다.’라는 식의 근시안적 정책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예산 집행에서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탓도 크다. 당연히 백약이 무효다. 무엇보다도 출생과 양육의 특정 시기에 국한한 일시적 현금 지원보다는 생애 전반에 걸친 장기 대책이 절실하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 주거 불안 해소 등을 포함해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 그리고 낙관을 심어줘야 한다. 여성과 가족 구성원의 관점에서 사회 전반의 불평등을 없앨 의식ㆍ제도ㆍ관행의 혁신도 병행하여 서둘러 살펴야 한다. 이민청 신설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역대급 최저 출산율 해소의 올바른 대책은 차분히 제로-베이스의 백지상태에서 치밀하고 촘촘한 검토를 서둘러야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