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코로나 이후 대-중기 임금격차 다시 벌어져...직무급제로 개편 필요"

코로나19 영향으로 줄어들던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 다시 확대 조짐 조사대상 사업체 확대·NCS와 통합·민간역할 확대 필요성 제기

2023-08-30     여이레 기자
대한상공회의소.
[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최근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 우선 추진과제로 발표한 직무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을 위해 직업별 시장임금수준과 직무정보를 제공하는 통합적 시스템이 조속히 구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0일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임금격차 진단과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줄어들던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지난해 대기업 중심으로 임금상승률이 회복되면서 다시 확대되고 있다”며 “기업간·세대간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임금체계로의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시장임금정보 제공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규모별 임금격차를 나타내는 3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 대비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수준은 60% 미만을 유지하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60%이상으로 좁혀졌다. 그러나 최근 일상회복이 되면서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다시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 임금상승률은 코로나19 직전인 2018년 6.4%에서 2019년 0.3%, 2020년 –2.8%로 크게 떨어졌지만 2021년 6.6%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2018년 4.4%에서 2019년 3.7%, 2020년 1.2%로 대기업에 비해 다소 낮게 떨어졌지만 2021년 3.9%로 이전 상승률을 회복하지 못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규모별 임금격차 완화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대기업의 임금상승률이 회복되면 격차는 다시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였다”며 “최근 대기업과 IT 선도기업 중심으로 큰 폭의 임금인상이 이루어지고 있어 올해 임금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근속기간 1년차 대비 10년차 이상 임금수준(임금연공성)은 2014년 2.63배로 정점을 찍은 후 낮아지고 있지만 2021년 2.27배로 세대간 임금격차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과 비교시 근속 30년차 임금연공성은 한국이 2.95배로 일본 2.27배, 독일 1.80배, 프랑스 1.63배, 영국 1.52배 등 외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세대간 임금격차 개선이 더딘 이유에 대해 대기업의 높은 호봉(연공)급 운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 호봉급을 도입한 대기업 비중은 60.1%에 달한 반면, 중소기업은 13.6%에 불과했다. 특히, 1,000인 이상 대규모 기업의 70.3%가 호봉급을 도입하고 있었으며, 오히려 도입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임금격차 문제가 △중소기업 취업기피 △청년일자리 문제 △중고령인력 고용불안 등 노동시장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급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직무급 전환시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성실한 협의로 전환하는 취업규칙 변경규제 완화와 직업별 시장임금정보 제공을 위한 임금직무정보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만, 보고서는 “취업규칙 변경규제 완화의 경우 근로기준법 개정사항으로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어 쉽지 않은 만큼, 먼저 법개정과 무관한 직업별 시장임금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에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도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한국형 직업별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임금직무정보시스템을 통해 임금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실제 제공되는 직업은 120개에 불과하며, 해당 직업의 구체적인 직무정보가 함께 제공되지 않아 기업이 이를 토대로 직무급 도입에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반면, 미국의 임금직무정보시스템인 O*NET은 1,016개 직업에 대한 임금정보 뿐만 아니라 직무평가 및 분석에 필요한 직업별 기본정보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고 밝히고 한국형 O*NET 구축을 위한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대한상의는 직업별 구체적인 임금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임금조사대상 사업체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금정보와 직무정보를 통합 연동해 제공하는 시스템 구축과 임금정보 조사·제공과 관련한 민간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최근 급격한 물가상승, 인력확보 경쟁 심화, 노조의 높은 임금인상 요구 등 임금상승 압박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고비용 구조의 임금체계는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기업 경쟁력 저하와 노동시장 왜곡을 야기하고 있는 임금체계를 지속가능한 임금체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직업별 임금정보시스템 구축이 조속히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